[화성에서 꿈꾸다] 웰메이드 대형 창작뮤지컬

조선시대의 개혁군주라 불리는 정조에 대한 창작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참혹한 죽음을 이겨내고 정치적인 입지를 확고히 해나가는 과정과 함께 문화군주로서 화성 축조, 실학자 등용에 대해 드라마틱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뮤지컬. 여기에 허구 인물 장덕을 등장시켜 가슴 아픈 로맨스도 주축을 이루고 있어 인터미션을 포함해 거의 3시간에 이르는 공연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탄탄한 드라마를 이루고 있다. 지난 초연 때와는 스토리상 약간 변형을 가했다. 초연때 빙허각 이씨가 실존했던 양반집 여인이라면, 장덕이는 이름도 성도 없는 민중의 여식으로 등장한다. 이는 계층의 파격에서 오는 신선함으로 이어지면서 극을 관통하는 극적 관계로 이어졌다. 장덕의 남편 벽파 이선생도 익면의 재야선비로 설정, 당시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실천적 지식인의 전형을 그려냈다. 또한 빙허각 이씨의 어린시절로 시작되고, 정조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에서 황성행궁 진찬례에서 혜성궁 홍씨와 정조의 꿈이 완성되는 결말로 변경됐다.
이 작품의 가지는 매력은 여러 가지다. 우선 무대세트와 고증에 있어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수원 화성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벽돌 모형을 쌓아가는 씬은 축조씬에서의 노력을 그대로 드러내며 극의 활기를 불어넣고, 수원 화성 노량진 장터씬에도 공을 들인 모형 배와 시끌벅적한 시장의 모습을 재현해 인상깊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또한 혜경궁 홍씨의 잔치는 실제 전통 가례단이 등장. 볼거리를 풍성하게 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장덕이를 연기한 임강희와 영조 곽은태, 정순왕후 하선진 등 젊은 연기자와 노장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정조역의 민영기의 무대 장악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는 소름이 올라올 정도의 가창력과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섬세한 연기력에 갈채를 받았다. 귀에 잘 들어오는 넘버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특히 정조의 ‘달의 노래’와 정조와 장덕, 이선생의 ‘꿈길’ 등은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명성황후] 이후 대형 사극에 목말라 하던 뮤지컬계에서 오랜만에 웰메이드 대형 사극 뮤지컬로 환영받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올려져 호평을 받고,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다시 앵콜 공연될 만큼 힘이 있는 작품. 게다가 우리 시대가 간절히 원하는 현명하고 리더십있는 리더가 등장하니 일석이조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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