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콘서트] ‘오리지널 헤드윅의 짜릿함’

존 카메론 미첼이 진짜 한국에 왔다. 그리고 국내 헤드헤즈(헤드윅 마니아들의 모임)들이 꿈에 그리던 무대를 덥썩 선사했다. 이틀에 걸친 콘서트에서 그는 오리지널 헤드윅의 열정과 순수함, 섹시함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고 팬들은 존 카메론 미첼이 등장한 순간부터 모두 기립해 그의 열창과 퍼포먼스에 열광했다. 이번 콘서트는 한국 팬들에게나 미첼에게나 의미가 크다. ‘헤드윅’은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헤드헤즈을 만들어낸 영화뿐만 아니라 시즌3까지 재공연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뮤지컬로 이어지며 이미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작품. 이런 헤드윅의 원조이자 헤드윅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존 카메론 미첼의 콘서트는 팬들에게 생각지 못했던 선물이다. 미첼에게도 뜻 깊을 것. 한국에서의 인기는 미첼 본인도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 지 알아보려 왔다”고 할 정도로 높아, 이번 공연은 미국 이외에서 그가 가진 첫 번째 콘서트다. 콘서트는 헤드윅 복장을 한 송용진의 티어 미 다운 (Tear Me Down)’으로 시작됐다. 8명의 역대 헤드윅들과 2명의 이츠학의 무대로 꾸며진 전반부는 이어 오만석, 김다현, 조정석, 이영미, 김수용, 엄기준, 전혜선, 송창의, 이석준이 나와 헤드윅 넘버와 애창곡을 열창했다. 무대는 두 곡을 부르고 들어가는 헤드윅에게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전에 또 다른 헤드윅이 등장, 내내 열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마지막 존 카메론 미첼이 등장하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함성이 실내체육관을 흔들었다. 헤드윅 특유의 금발 가발과 섹시한 블랙 드레스, 굽 높은 부츠, 화려한 망토를 걸친 그는 '앵그리 인치(Angry Inch)'로 신들린 듯 격렬하게 무대를 열었다. 이후 그는 잔잔한 곡인 '위크드 리틀 타운(Wicked Little Town)'를 열창했다. 미첼은 이번 공연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거나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등 그다운 위트로 팬서비스에서도 확실히 성공했다. 노란 여성 한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한국 동요 ‘섬집아이’와 인디밴드 MOT의 ‘날개’를 거의 완벽한 발음으로 불러 갈채를 받았다. 아마 존 카메론 미첼만을 보러 간 관객에겐 1시간 30분이 넘는 전반부는 길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한 시간 동안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관객의 흥분을 200% 끌어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를 외치며 관객 속으로 뛰어들 때는 절정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The Origin of Love’ ‘Midnight Radio’ ‘Wig in a Box’ 등 헤드윅 명곡을 가창력을 떠나 깊은 진정성으로 열창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단지 오리지널 캐스트에 작곡가라는 이유만으로 그처럼 객석을 흔들리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앵콜곡인 ‘Midnight Radio’를 한국의 헤드윅, 이츠학과 함께 부르며 공연이 끝난 뒤에도 팬들의 함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진정한 원조를 만난 데 대한 짜릿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거나, 콘서트가 끝났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거다. 아니면 둘 다 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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