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섹시한 군무가 백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뮤지컬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충분히 살리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스토리에 역동적인 춤, 노래가 삼박자를 이루며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춤은 이 작품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자랑거리라 할 만 하다.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대비되는 샤크파와 제트파가 대결을 하며 벌이는 춤의 향연은 주인공과 앙상블을 막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일사분란하다. 특히 맨하탄 뒷골목 체육관 댄스파티 장면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백미 중 하나인데 역동적인 군무가 가장 돋보인다. 서로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는 길거리 아이들 제트파와 샤크파가 서로를 경계하며 추는 군무는 남미의 열정과 섹시함, 힘과 유연함이 제대로 표현돼 제대로 흥겹게 만든다. 주인공 마리와 토니는 이 댄스 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듯 서로를 처음 본 이들은 한 눈에 반한다. 이 장면에서는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 연출의 묘미도 맛볼 수 있다. 춤과 댄스로 시끌벅쩍 하던 댄스장이 서서히 조용해지면서 둘만 남으며 로맨틱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 진행을 보이는데, 재미만을 보자면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1막보다 샤크파와 제트파와의 갈등이 폭발하며 긴장감 있게 진행되는 2막이 돋보인다. 배우들의 활약이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이끄는 힘. 제트파와 샤크파를 이루는 모든 배우들(특히 조연들)의 투혼이 돋보인다. 여자 배우들의 활약도 눈에 띄는데,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 대작 무대에서 활약한 김아선은 노래실력과 연기력으로 순진하고 착하나 비극적인 사랑에 빠지는 마리 역을 잘 소화한다. 샤크파 리더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유나영은 눈에 띄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1957년 초연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50년대 미국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뿌리깊은 인종갈등과 가난한 이민사회, 직장도 희망도 없는 젊은이들…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갈등구조보다 좀 더 복잡해지며 현대인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마지막 엔딩이 서둘러 끝나버린다는 느낌은 그 중 하나다. 마리아가 오열하며 끝나고 바로 커튼콜로 이어져 뜬금 없다고 느낀 관객이 많을 듯. 하지만 커튼콜에서 갈등을 이루던 사람들이 화합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힘차고 섹시한 군무와 각색의 묘미,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을 보여준다. 이러한 요소를 찾는 관객이라면 주저 말고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 작품이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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