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키스] 치명적인 외로움에 대한 독백


연극 [미친키스]가 7년만에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천사의 발톱] 조광화 작/연출인 이 작품은 도시인들의 집착과 허무, 치명적인 외로움에 대해 독백하듯, 소리치듯 진행된다.

극에는 5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흥신소에서 불륜을 캐는 남자와 그의 약혼녀, 남편의 외도에 치를 떠는 여자와 그녀의 교수 남편, 그리고 몸을 팔아서라도 허전함을 채우고 싶어하는 아직 어린 여자. 이들은 모두 누군가와의 충만한 관계를 갈구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서로의 등만을 바라본다.

인물들은 육체적인 접촉으로 외로움을 지우려 한다. 키스는 그 중 가장 주요한 수단.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등장 인물들은 키스에 대해 내내 집착한다. 헤어지자는 약혼녀에게 “키스해줘”라는 요구를 하고, 결혼한 여자는 자신의 발에 키스해 주는 남자를 찾는다. 하지만 아무리 키스하고 누군가를 얻으려 발버둥을 쳐도 결국은 혼자라는 사실만 처절하게 깨달을 뿐이다.




[미친키스]는 19세 이상 관람 연극인만큼 인물들간의 과감한 행위가 수위를 조절하며 오간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허무와 슬픔이 강렬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스킨십이 야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이번 [미친키스]가 화제에 오른 건 뮤지컬 스타들의 출연도 한 몫했다. [헤드윅]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김종욱 찾기] 등에서 활약, 이젠 브라운관에도 진출한 스타 엄기준과 역시 뮤지컬에서 브라운관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는 김소현이 그들. 특히 9월 11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김소현은 첫 연극 출연이라 팬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엄기준은 신경질적인데다 애정부족인 주인공 장정을 소화해낸다. 약혼녀에게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지만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애인에게 버림받자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 감정이 항상 불안한 주인공 역할이라 그런지 연기에서 감정과잉을 느끼지만 그가 무대에서 보여준 열정과 에너지는 대단하다. 무대가 끝난 뒤 상당한 에너지 소모로 땀을 비오듯 흘리는 그에게서 다시 한번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의 힘을 느낀다.
이외에도 쇼핑 중독에 지독한 외로움을 지닌 장정의 여동생을 연기한 유하나와 바람피는 남편을 둔 여인을 소화해낸 정수영의 연기도 주목할만 하다.

키스로 누군가와 연결됐다고 느끼고 안심하는 장정이 결국 스스로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싸해진다. 모두 누군가를 원하지만 결국 모두 혼자 있기를 택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고독함이 보여서다.

글: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