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엠코핸 투나잇!] 담담하지만 눈물 나는 뮤지컬 거장의 인생


막이 오르면 정장에 지팡이, 중절모를 쓴 남자가 뚜벅뚜벅 등장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역사에 남을 뮤지컬 배우이자 작곡가, 극작가, 배우이지 프로듀서였던 조지 엠 코핸이며 이미 죽어 유령이라고 소개한다.

뮤지컬 [조지엠코핸 투나잇!]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 남자가 등장해서 관객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네고, 꽤나 재치 있는 유머를 구사한다. 이 작품은 귀신, 영혼이 등장했다고 스릴러도, 배꼽을 잡게 만드는 요절복통 코미디도, 그렇다고 눈물을 흩뿌리는 신파도 아니다. 그저 한 남자의 인생을 담담하게 펼쳐놓은 드라마다. 하지만 관객들은 웃다가 공감하다 마지막엔 눈시울이 뜨겁게 붉힌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자는 참 담담하게 이야기 하지만 관객은 그 인생의 성공과 굴곡에 인간적인 동화를 하기 때문이다.

조지 엠 코핸은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에 동상이 세워질 정도로 1900년대 브로드웨이에 큰 영향력을 미친 실제 인물이다. 그 당시 오페라와 권위적인 작가주의 작품을 경멸하며 신나고 재미있는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500여 싱글 넘버, 51개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작곡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코핸은 무대에서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유머러스하게 재연한다. 4살부터 유랑극단 이었던가족과 함께 무대에 서고, 이미 10살 때는 직접 연주와 작곡을 한 그는 브로드웨이에 입성, 본격적인 뮤지컬 시대를 열기 시작한 이야기를 재치있게 말해준다.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고부터는 코핸의 부귀영화는 찬란하게 펼쳐진다. 자신이 원하는 건 모든 이루어지는 최고의 나날들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맞한 것이다.



하지만 그도 내리막길을 피할 순 없었나보다. 그의 좌절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며 시작한다. 첫번째 결혼의 실패와 인생을 같이했던 가족이 하나씩 떠나면서 인생의 목표를 잃는다. 오랜 친구도 암으로 잃으며 그는 외로움에 직면하게 된다. 거기에 냉소적인 재즈가 사랑을 받으며 코핸의 애국적이고 신나는 무대는 순진하고 유치한 퇴물로 취급받으며 무대에서도 밀려나고 만다.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었지만 그 만큼의 상실감을 맛 본 남자.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내 인생. 후회 없음”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코핸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경쾌한 탭댄스와 춤을 보여준다. 공연 시간 내내 100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와 춤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배우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는 임춘길, 민영기, 고영빈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배우들은 이번 작품은 연기뿐만 아니라 탭댄스의 황제였던 그를 재현하기 위해 혹독한 연습을 거쳐야 했고 이지나 연출은 배우들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임춘길은 발군의 탭댄스 실력만으로도 가장 코핸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캐스팅으로 보인다. 민영기의 성량 깊은 노래와 고영빈의 젠틀한 연기도 각각 개성 있는 코핸을 만들어냈다. 코핸의 감동적인 인생이야기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온 몸을 던진 열연 덕에 무대는 재미 이상의 감동을 전달했다. 그래서 조지 엠 코핸과 세 명의 배우들에게 진심 어린 갈채를 보낸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song@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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