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에게 박수를] 어중간한 청춘들이 만드는 쌉쌀한 사랑 이야기

지난 2004년 초연하며 큰 호응을 얻었던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이 세 번의 재공연 이후 올해 다시 관객을 찾았다. 연극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달콤하고 씁쓸한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이번 연극은 새로운 무대와 연출로 단장,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는 중이다.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무대다. 무대는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를 보듯 중심부분을 통과하고 있는 양면 객석. 배우들은 양쪽의 출입문으로 자유롭게 드나들고 양쪽 무대 기둥은 벤치로 변해 한가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들이 두서 없이 지나다니며 일상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도 한다. 관객 입장에선 가끔 배우들의 뒷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신선함으로 받아 들일만 하다.

무대는 365일 중 하루를 나타내지만 이런 일상다반사 중에도 청춘들의 사랑은 있다. 그리고 역시 사랑은 쉽지 않다. 연극 배우인 석동은 같은 동료 배우인 선정을 오랫동안 짝사랑 하고 있다. 함께 햄릿과 오필리어를 맡았지만 오필리어 선정은 로미오를 잊지 못한다. 아직, 그녀는 오필리어가 아닌 줄리엣인거다. 햄릿은 줄리엣이 오필리어가 돼주길 바라지만 5년 동안 주변을 맴돌 뿐이다. 햄릿의 선택은 두 가지 인 듯 싶다. 줄리엣을 오필리어로 만들던지, 아님 자신이 로미오가 되던지.

무대와 객석을 허무는 일상, 그 속의 기발한 상상력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멋진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도 아니고, 험난한 인생 굴곡을 겪은 사람들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 꼭 있을 법한, 내지는 내 자신이 그럴 법한 평범하고 어중간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오래 전 연인을 잃은 여자와 그 여자를 짝사랑 하는 남자, 예쁘지 않은 외모 탓에 유모만 맡는 조연….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들이 연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이 그들의 일상과 자유롭게 섞이면서 무댜는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그들은 직접 노래를 부르고 군무를 만들어 내면서 한 편의 뮤지컬을 만들고 로미오, 줄리엣, 햄릿, 오필리어, 레어티스는 그 속에서 새롭게 살아 숨쉬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화려하고 로맨틱하게, 햄릿은 파워풀하게 그려지고 때때로 극과 극 중 극은 혼재된다.

석동/햄릿 역에는 지난해 [나쁜자석]으로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영민과 [멜로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조한철이 열연한다. 겉모습만큼 이들이 만들어 내는 캐릭터도 사뭇 다른 점도 재미있다. 선정/오필이어 역에 이진희가, 로미오/민호 역에는 정원조가 맡았다. 특히 지난 공연에서 선정 역을 맡았던 김은옥은 이번에 만년 유모역만 하는 복순으로 분해 코믹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 박수를 받았다.

[줄리에게 박수를]은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수년간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햄릿에게 박수를, 죽은 옛 사랑을 놓지 않고 있는 줄리엣에게 박수를, 그리고 주연인생은 꿈도 꾸지 못하는 만년 조연 복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아직 인생의 한 가운데서 이리 저리 흔들리지만 그래도 전진하는 청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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