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데드] 피 튀는 B급 호러영화, 뮤지컬로 보네

‘무서운데 웃긴다’ 사람들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아이러니 하게도 즐긴다. 그러니 그런 컨텐츠가 나타났다 하면 두터운 마니아층이 재빠르게 생기곤 하는데, 영화 이블데드는 사방에서 피가 튀고 좀비가 날뛰는, B급 호러물의 대표급 선수. 세계적인 마니아층을 제대로 형성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샘 레이미 감독이 1981년 만든 이블데드 1편과 2편을 섞어서 만든 뮤지컬 [이블데드]가 그것. 영화는 1편이 정통 호러, 2편이 코믹을 첨가한 호러였다면, 뮤지컬은 이 두 편에 비해 훨씬 코믹 코드를 강화했다. 물론 사람이 죽어나가고 좀비들이 출몰하는 건 변하지 않지만. 로맨틱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는 뮤지컬계에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는 영화에서 많이 본 방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연인 두 쌍과 남자 주인공의 동생, 이렇게 다섯 명이 깊은 산속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오두막에 도착해 희희낙낙 즐기다, 지하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과 녹음기로 어쩌다 숲에 잠들어 있는 악령들을 깨우고 이때문에 등장인물 중 한 명은 나무들에게 성추행(?)을 당하는가 하면 일행들은 좀비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 뒤부터는 황당무계한 죽음과 사건의 연속.



이 작품은 ‘B’급 영화의 요소를 망설임 없이 무대에 올린다. 두 연인들이 벌이는 성적이 행동과 농담에 거침이 없는가 하면 좀비들에게 습격 당한 등장인물이 자신의 내장을 꺼내 보이는 행동에도 장난끼가 넘친다. 여기에 대사도 ‘한국화’에 신경써서 등장인물들은 ‘조낸 퐝당해’ 등 비속어를 연발한다. 주인공 애쉬가 죽은 여자친구를 품에 앉고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을 노래하는 등 천연덕스러운 패러디도 객석의 폭소를 이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블데드]를 뒷받침하는 큰 버팀목. 등장하고 얼마 안 돼 좀비가 되거나 죽어 버리지만 그들의 연기는 능청스럽기 이를 데 없다. 애쉬역에 더블 캐스팅된 류정한과 조정석뿐만 아니라 백민정, 양준모, 김재만, 임강희가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한다.

화제가 된 스플래터 존은 흰색티 혹은 우비를 입은 관객들로 연일 만석.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피를 흩뿌리진 않는다. 대신 배우들이 직접 내려와서 피를 바르고 짜기(?) 때문에 스플래터 존 관객들은 정말로 피 범벅이 돼서 나간다.

뮤지컬 [이블데드]에는 애절한 사랑이나 감동은 없다. 대신 폭소, 헛웃음, 어리둥절한 웃음같이 여러 종류의 웃음을 선사한다. 한 폭도 안 되 보이는 작은 다리 모형이 끊겼다며 좌절하거나, 좀비가 된 자신의 손에게 가운데 손가락 욕을 보고야 마는 등장인물 때문에 어이없는 폭소가 터지는 거다. 이게 뮤지컬 [이블데드]의 존재 이유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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