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심장을 살게 하는 젊은 꿈

치기나 객기가 아니다. 여기 모인 젊음들이 내 걷는 발걸음은 그 위대함을 미쳐 깨닫지 못한 채 전진하는 꿈의 가지들이다. 음악을 위해 뭉쳤다는 열의 말고는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어 보이는 악조건의 합집합 밴드 복스팝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달 초부터 대학로에서 재공연 중인 뮤지컬<오디션>(연출 박용전)은 공연 속 복스팝과 닮았다. 스타급 배우도, 휘황찬란한 홍보도 없는 공연. 작년 여름 초연 당시, 오로지 ‘감동을 주는 음악으로 먹고 살고 싶은 가난한 젊은 밴드 복스팝의 이야기’만으로 관객들의 입소문을 만들고 연말 한국뮤지컬대상에 이름이 오르내릴 줄은 생각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출
유쾌하다. 상쾌하다. 공연 후엔 산소를 한껏 들이 마신 것처럼 온몸에 에너지가 가득해 진다. 따지고 보면 이들에게서 꽃 향기나 아침의 내음과 같은 신선함이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보증금을 다 까고도 남는 지하 연습실의 밀린 월세, 가출, 소심해서 누구 앞에 나서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 전직 보컬과 빈혈로 쓰러지는 기타리스트, 심지어 며칠 째 옷도 갈아입지 않는 리더까지 텁텁한 먼지와 뿌연 안개가 이들 주변 뿐 아니라 앞날에까지 가득 한 것이 당연할 그림이다.

하지만 아우토반 위 제한 없는 질주보다 타이어가 금방 터질 듯 자갈밭을 거칠게 구르는 이들의 하루하루가 신선한 까닭, 그 첫 번째는 노래에 있다.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는 돈과 명예 보다 자신의 열정을 쫓아 또 다른 내일을 꿈꾸는 20대 청춘들의 외침이고, ‘헤어진 연인들을 위한 행동지침’과 ‘회기동’은 가슴 아픈 이별 앞에서 성숙해 지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이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오직 한가지를 위해 달리지만 이것이 내 길인지, 잘 하고 있는지를 뒤돌아 보게 만드는 ‘자기 반성’도 빠질 수 없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강렬한 일렉트로릭 기타와 심장을 두드리는 드럼, 그리고 울림을 담은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거침없이 터져 나올 때 객석은 뿜어진 진동을 그대로 맞받아쳐 다시 앰프를 울리게 한다.

특별하거나 거창하지 않아, 그러나
그들의 앞길이 뿌듯해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 바로 진정성이다. 기타리스트 찬희(정찬희 분)를 향한 게이 드러머 다복(위다복 분)의 은근한 마음도 새삼스럽게 여기지 않으며, 병태(이승현 분)와 선아(조은별 분)의 사랑도 시작하는 연인들의 예의 수줍은 모습을 닮았다.

그러나 갑남을녀의 그저그런 좌충우돌 이야기로 <오디션>을 마무리 짓지 않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모두 진실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만나는 고기 한 점 앞에서 코믹하게 ‘고기예찬’을 소리치고, 여섯 번 리필하는 콜라 한잔에도 유쾌한 논리를 내뱉어 무차별 웃음보를 건드리는 와중에도 음악을 위한 생활과 꿈에 대한 진실함은 바래지 않는다.

촉촉해진 눈시울이 채 마르기도 전에 <오디션>의 공연 피날레는 열광적인 콘서트장의 클라이막스로 객석을 몰아넣는다. 어느덧 귀와 입에도 익어버린 ‘내 꿈의 엔진이 꺼지지 전에’를 목청껏 따라 부르다 보면, 내 심장의 엔진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만큼 충분히 충전되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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