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고치고> 운명 같은 사랑을 찾으시나요?
운명적인 사랑은 로맨틱코미디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여기에 처음엔 티격태격하지만 어느새 사랑에 빠지는 남녀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이 두 가지 요소를 그대로 지닌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니 더 이상 새로운 것도, 흥미로울 것도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 공연 90분 동안 공연장 안은 유쾌한 웃음으로 끊이지 않는데다 결말을 볼 때면 주인공 마냥 설레이게 한다. 작지만 유쾌함은 작지 않은 작품이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33살 올드미스를 향해 달려가는 플로리스트 혜리, 연애는 많이 해봤지만 정착하지 못하는 바람둥이 지섭. 이들의 인연은 본인들은 모르지만 참 깊다. 온라인에서는 사랑의 카운슬러로 활약하는 여자 ‘화장을 고치고’와 이를 비아냥거리는 남자 ‘바람돌이’로, 오프라인에서는 같은 건물 오피스텔에서 악연같이 만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먼저 마음의 문을 연다.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여자와 겉으론 바람둥이 같지만 실상은 만날 여자들에게 차이는 남자가 서로를 위로하면서 사랑이 싹튼 것. 급기야는 첫 눈 오는 날 만나기로 기약하지만, 서로가 옆집의 앙숙인지는 꿈에도 모른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가수 왁스의 대표 곡들이 다수 흐른다. 배우에 의해 불려지는 왁스의 애잔한 곡들이 참신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공연 자체가 노래 ‘화장을 고치고’와 같이 처량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보기 좋게 빗나갈 것이다. 노래와는 달리 시종 재치있는 코미디와 센스있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지루할 틈을 안 준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무대 활용도 눈에 띈다. 온라인 상에서 대화하는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이 스크린으로 표현되는데, 예를 들어 남자의 아이디인 ‘바람돌이’ 애니메이션이 무대에 투영되면서 재미는 높이는 것. 이뿐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구현하기도 하고, 풍성한 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간간히 보아오던 컴퓨터 그래픽의 적극적인 활용이 신선하기도 하지만 실제 소품이 등장하는 아날로그 맛을 아쉬워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루하지 않은 스피디한 전개와 함께, 이 작품의 백미로 작용하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주연과 조연을 막론하고 6명의 배우들의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 특히 <뮤직인마이하트> <아이러브유비코즈>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던 백주희의 실력은 무대를 빛나게 한다.
노래 넘버는 ‘화장을 고치고’ ‘엄마의 일기’ 등 왁스의 노래와 창작곡들이 버무려져 있다. 왁스의 익숙한 노래들과 참신한 곡들이 잘 섞여 있지만 창작곡들이 편곡한 대중가요에 묻힌 점은 아쉽다. 사실 이 작품의 미스터리는 제목이다. 흥행공식을 실력껏 버무린 재기발랄한 작품이 작품의 얼굴이 되는 이름에 왁스의 가련한 노래제목을 갖다 쓴 건 영 아쉽다.
로맨틱코미디의 결말이 궁금해서 보는 관객은 없다. 시작부터 어떻게 전개될 지 알면서도 다시 찾는 게 로맨틱코미디의 마약 같은 힘. <화장을 고치고> 역시 이야기는 새로울 것 없지만 그래도 설레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직 운명 같은 사랑을 믿는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 조금씩 가지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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