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생문>진실은 항상 비루하다

‘진실’은 묘한 존재다. 사람들은 마치 빛나는 보물이나 되듯 혈안이 돼서 찾지만, 이를 대면하기란 쉽지 않은 데다 힘들게 찾아냈다 하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모습으로 나와 주는 법이 별로 없다. 오히려 그 초라하거나 추악한 모습에 충격 받곤 한다. 곱게 치장된 거짓이 진실보다 위대하고 빛나 보일 때, 우리는 무엇을 취해야 할까.

연극 <나생문>은 이런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숲 속에서 벌어진 한 살인사건. 그런데 그 사건에 연루된 네 사람의 이야기가 각각 다르다. 한 명의 죽음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비장하고 숭고하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상할 정도로 다르다. 사실은 단 하나. 한 사람이 칼에 찔려 죽었다는 것, 그 뿐이다.

연극은 네 명의 진술자들의 진술를 토대로 네 가지 버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산적이 말하는 하나의 이야기는 무협소설을 보듯 시원한 결투씬과 장대함이 보이고, 여인이 말하는 다른 하나는 안타까운 동정심을 유발한다. 죽은 이의 혼까지 불렀지만 그 이야기가 또 다르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

이 작품은 인간의 거짓말 욕망을 적나라게 보여주며 동시에 비루한 진실도 들춰낸다.거짓과 사실은 단지 종이 한 장 차이 만큼 거리이지만, 그 속에서 내포하고 있는 참을 수 없는 진실의 가벼움은 어쩐지 서글프기도 하다.진실보단 거짓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일지도.

<나생문>은 일본 아쿠다카 류노스케 단편소설 ‘나생문’과 ‘덤불 속’을 영화화한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의 동명영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한 이후 작품성으로 공연 때 마다 주목 받고 있다.

이 작품에 무대 변화는 없지만 북소리와 조명,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4가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무리가 없다. 각각의 인물들이 말하는 그럴듯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역시 매력이자 강점이다.

데니가 연극 <클로져> 이후 이 작품의 무사로 다시 무대에 섰으며, 뮤지컬 스타 이건명도 이 작품으로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섰다. 이승호, 최용민, 서현철 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안정된 무대도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것도 매력.

사람의 거짓말 본능은 대부분 자신을 보호하는 데서 나온다. 이기적이고 고귀하지 못한 내면을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 한 극단적인 사건에서 나타나는 이들의 거짓말 행태를 비난할 수만도 없는 게 모든 인간마음이 아닐까. 그래서 그들의 미화된 아름답고 숭고한 이야기에 정신이 팔리는 건지도 모른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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