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행진 와이키키> 오늘도 통한다! 신나는 7080

옷을 바꿔 입는다고 ‘나’가 ‘너’로 변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 예술은 그대로의 본질을 두고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져 다양한 맛과 색을 낼 뿐이다. 따라서 이제 “넌 어디에서 왔니?”처럼 촌스러운 질문은 그만 하자. 한 입 깨어 물고, 두 입 음미하여 홍시 맛이 나면, 그냥 홍시라고 하면 된다.

그래서 뮤지컬 <신 행진 와이키키>는 진정 ‘주크박스 뮤지컬’ 맛이다. 지금의 주크박스는 컴퓨터에서 다운로드 한 파일이 손바닥만한 하드에 저장되어 있어 버튼만 톡톡 누르면 되지만, 동전을 넣고 진열된 레코드 판을 보며 음반 속 음악을 ‘선별’해 듣는 그것이 제대로의 주크박스 아니겠는가.

<신 행진 와이키키>의 으뜸 매력은 바로 노래.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4년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초연 했을 때의 내용과 그 줄기가 크게 다르진 않다. 그룹사운드 ‘버진블레이드’와 ‘태풍’의 멤버인 세 여고생, 세 남고생은 음악과 사랑에 꿈과 희망을 싣고 하루하루를 살지만, 현실은 온전히 그들의 편이 되진 않는다. 사랑에 상처받고 삶의 바윗돌에 뒷걸음 치다 보니, 음악에 실었던 티 없는 열정은 어느덧 사치가 되었다. 더욱 뚜렷한 결말, 가늠할 수 있는 해피엔딩이 더욱 쉽게 와 닿는다.

하지만 고민과 열정, 희망과 어찌할 수 없는 좌절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던 고교시절과, 이상은 망상이요, 현실은 내실이 된 3,40대의 삶이 저절로 떠오르게 되는 노래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7080세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하늘 한번 찌르고 엉덩이 흔들었을 ‘YMCA’, ‘해변으로 가요’, ‘Hush’ 등의 노래와, 우상이고 영웅이었던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퀸의 ‘We will rock you’, 송골매의 ‘세상만사’, 그리고 잔잔한 여운과 쓸쓸한 위로가 담긴 봄여름가을겨울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들국화의 ‘사랑한 후에’, 이상은의 ‘언젠가는’ 등 지갑 속 동전을 모두 털어도 아깝지 않을 명곡들이 <신 행진 와이키키>에 장착되어 있다.

 

CD와 아이팟에 익숙한 지금의 젊은이들보다 그들의 부모님인 7080세대가 더 흥겨워 하는 까닭은 음악 뿐 아니라 그들의 ‘푸른 전성기’에 누렸던 많은 것들이 무대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커다란 양푼에 비벼 먹던 점심, 꽃무늬 나팔바지를 입고 스릴 있게 즐겼던 고고장, 여고생의 로망인 대학생 오빠, 그리고 가슴 한쪽에 자리한 첫사랑까지. 소박한 우리의 이야기에 관객들은 공감을 넘은 자기 이입의 희열을 맛본다.

또한 주크박스의 ‘주크(Juke)’가 ‘댄스’를 뜻하는 미국 흑인들의 속어 ‘Jook’에서 왔다는 설 처럼, 대극장 무대를 빈틈없이 화려하게 채우는 주크박스 뮤지컬 <신 행진 와이키키>의 춤 역시 즐겁다. 군무의 맛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단단한 춤들이 각각의 장면들을 충실한 하나로 완성한다. 총천연색 조명과 이에 버금가는 의상의 쓰임은 오랜 시간 다듬어진 롱런 뮤지컬만의 미덕일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가 강력한 매순간들로 조금은 지칠 수도 있겠다. 마지막 공연을 마친 2006년 초에서 2008년 새롭게 바뀐 이 작품에서 이야기의 참신함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아쉬움이 남겠다. 하지만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이토록 신나게 하는 재주는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가 왔고, 폭풍이 불었지만, 흥겨운 콧노래로 어제와 오늘을 그릴 수 있게 해 준 와이키키의 새로운 행진에 박수를 보낸다.



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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