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스케어리 걸> 세련된 음악으로 버무린 코믹과 엽기

“여성 전용~ 여성 전용~” 노래가 나오자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온다. 욕실에는 남자가 죽어있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숨기려 안달난 여자들과 이 황당한 변명을 달갑게 받아들이는 순진한 남자 때문이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1위로 선정돼 지난 5~6일, 양일간 대구에서 소개된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소극장 뮤지컬의 재치와 창작뮤지컬 초연에서 보기 어려운 세련됨을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내년 서울 본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이 작품은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무대로 옮겨 ‘엽기발랄 공포 러브스토리’ 컨셉트를 그대로 따온 한편, 무대임을 감안해 등장인물과 스토리라인에는 변화를 줬다.
공연은 미워하는 남자마다 죽어버리는 여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까칠하고 여자를 믿지 못하는 남자 ‘대우’와 사랑스럽지만 주위 남자가 죽어나가 그게 ‘흠’인 여자 ‘미나’가 만나 생기는 에피소드가 코믹과 엽기, 스산함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것. 여기에 원작에는 없는 냉장고 귀신이 등장해 양념 역할을 충분히 하고, 여주인공 미나의 친구 ‘장미’의 캐릭터가 한층 강화돼 웃음보를 자극한다.

<마이 스케어리 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음악이다. 각 넘버들이 공연내내 귀에 달라 붙으며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 자연스러운 타이밍에 알맞은 노래가 나와줘 극 속으로 이끈 점도 점수를 줄 부분이다. 작곡가는 작사와 대본을 맡은 강경애씨의 뉴욕대 동문인 미국인 윌 애런슨이 맡았다.

대구에서 디벨롭(develop) 공연 형식으로 오른 이 작품은 오는 10일부터 26일까지 미국 피츠필드 VFW 홀에 오를 예정이다. 미국 비영리공연단체 베링턴 스테이지 컴퍼니(Barrington Stage Company)의 뮤지컬 씨어터랩 발표작으로 선정돼 영어버전으로 공연되는 것. 브로드웨이 진출의가능성을 가늠하는 무대인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를 무대화 한다는 건, 대중에 익숙한 만큼 관객이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마련. <마이 스케이어리 걸>은 원작 캐릭터가 가진 매력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즐거움을 마음껏 더한 영리한 작품이다. 수정 보완할 점이 있지만 디벨롭 공연이란 점을 감안하면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내년 초 서울 본공연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 볼만 하다.

글 : 송지혜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