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무대를 채우는 섹시한 욕망

갱들이 활보하고 살인이 난무하며, 감미로운 재즈가 도시를 휘감은 1920년대 미국. 뮤지컬 <시카고>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정부와 남편을 죽인 두 여자 록시와 벨마, 유창한 언변으로 언론을 현혹시키는, 돈을 좇는 변호사 빌리, 선정적인 이슈에 달려드는 황색언론들이 날카로운 유모와 위트로 생생하게 묘사되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뮤지컬이다.

살인과 현혹,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
<시카고>는 록시와 벨마, 두 여자의 매력을 극대화해 재미를 더한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동정표를 얻으면 스타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벨마와, 역시 감옥에 들어가 얼마 안 돼 이 사실을 체득한 록시. 이 둘이 서로 신문의 주목을 받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이 위트와 매력적인 춤, 노래로 표현된다. 

법정의 생리를 꿰고 있는 변호사 빌리 역시 눈을 떼기 힘든 악역. 마치 쇼를 하는 듯한 변호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그는 야비한 악역임에도 현란한 언변과 매력적인 웃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도시에서 살인은 엔터테인먼트야’ 간수 마마가 록시에게 한 말처럼, 살인과 배신 폭력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진실은 현란한 말과 적당히 꾸민 제스처로 쉽게 무마된다. 인물들은 모두 꼭두각시처럼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다 더 자극적인 사건 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시카고>는 선정적인 사건이라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황색언론을 날카롭지만 해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언론이 원하는 미끼를 던지고 마음대로 요리하는 변호사와 이에 장단맞추는 언론, 그 사이에 끼어 스타가되고자 안달하는 감옥안의 인물들. 이들이 얽히면서 만들어 내는, 소위 쌩쑈에 관객은 시간가는 줄 모른다.

섹시하고 심플한 무대에 시선
이 작품이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했다지만 올드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무대는 중앙 계단에 위치한 라이브밴드만이 자리잡고 사실적인 소품은 배제했다. 배우들은 주로 검은 색을 통일한 아슬아슬한의상을 입는다. 여기에 컨셉 뮤지컬 형식을 가져와 이야기 전개보다 장면장면의 독특한 표현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심플하고 섹시한, 스타일리쉬한 무대다.

밥 파시을 위시한 독특한 안무도 빼놓을 수 없다. <시카고>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밥 파시의 안무는 안장다리인 그가 자신의 결점을 이용해 구부정하면서 소소한 근육을 사용, 지금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2주간의 공연으로 국내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 이번 공연은 이번에는 2달간 관객 앞에 선다. 배해선, 옥주현, 성기윤 등 기존 배우뿐 아니라 남경주, 김지현이라는 배테랑 배우가 합세했다. 이로서 세 명의 주요 캐릭터가 모두 쟁쟁한 배우들로 더블 캐스팅돼 재미를 더하는 것도 이번 공연의 포인트.

지난해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옥주현은 순진하지만 충동적인데다 스타가 되겠다는 욕망을 품은 록시를 모자라지 않게 해 보이고 있다. 성기윤, 남경주, 최정원, 김지현이라는 연기파 배우들의 가세가 가장 든든하게 이 작품을 받치고 있다.
<시카고>는 죄를 지었으니 죄값을 치뤄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공간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무대와 오늘날 우리 현실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씁쓸한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점이 이 작품의 유일한 주의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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