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그녀, 노래 하는 슬픈 눈물

내가 가진 오늘의 것들이,
어제 내가 만들지 않았던,
바라지도 않고, 끔찍하게도 거부했던 것이라면
또 그것을 외면하는 것이
가장 바보 같고 소용 없는 일임을 알고 있는 것.
아,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과 좌절이어라.


가족간의 대화도, 내 한마디 주절거림도 사상이고 이념으로 풀이 되는, 공기조차 메말라 세상 더 없이 아슬했던 동독에서의 소년 한셀. 그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자신의 모든 것에 슬프다.

미국 팝 음악을 들어가며 허공에 마음을 달래던 소년은, 사랑과 자유를 위해 소년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예쁜 여자’로 거듭난다. 미국으로 건너간 트랜스젠더 헤드윅의 희망과 시련의 반복이 시작이다.

객석 끝,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는” 한 소년에서 노란색 웨이브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흔드는 여가수로 자란 헤드윅이 등장한다. 수 많은 헤드헤즈(헤드윅 팬)들의 열광은 시작되고, 이 모든 것이 낯선 이에게도 흥분을 알리는 마음의 진동은 쉽게 감염된다.

지난 6월부터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뮤지컬 <헤드윅>은 2005년 국내에서의 첫 공연 이후 매년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하며 무대를 만들고 있다. 조승우,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 등 이름으로만으로 작품의 힘을 믿게 하는 배우들은 헤드윅의 무대를 찾고 또 찾았다.

<헤드윅>이 가진 힘은 ‘억누름’과 ‘발산’에 있다. 좌절 앞의 사랑, 포기, 체념 속 피어나는 희망 등은 진정성의 이름 아래 숨막히는 밀도로 축적되어 있다. 하지만 공연 내내 귓가를 찌르며 폭발하는 록 음악과 거침없는 자기 고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관객 마음을 노크하는 나긋나긋한 헤드윅의 목소리는 소리치고 흔들어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어 벌인다.

공개오디션을 통해 한국의 10대 헤드윅으로 분하고 있는 이주광의 무대.

“정말 대답 안해줄래요?”라는 헤드윅의 재잘거림이 두어 번 나왔던 그의 무대가 보여준 건, 피할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우리’를 시도하고 사랑에 내기를 거는, 불멸 순수의 지저귐이었다. 칼날 같은 세상 파도에 무뎌지고 영리해졌을 지금의 헤드윅일지라도.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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