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마음2> 경계 없이 아우르는 세상 종들의 이치

관객들이 객석에 들어와 자리를 찾을 때에 이미 배우는 무대 위에 있다. 특별히 놀라거나 시간을 확인해 보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이 ‘조용한 연극’이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연극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북방한계선의 원숭이”편의 공연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1990년대 일본에 조용한 연극 붐을 일으킨 사람이자, 2000년대 들어 한국에도 그 바람을 이어간 히라타 오리자의 연극 <과학하는 마음>이 올 1월 시리즈 마지막 편인 <3편 발칸동물원>에 이어 2편 <북방한계선의 원숭이>가 공연 중이다.

총 3부작으로 이뤄진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는 먼저 1, 3편이 국내 공연 되었으며, 화려하고 스펙터클하며 거대한 사운드를 내세우고 있는 여타의 많은 작품들 속에서 색다른 빛을 내며 소소히 입소문의 힘을 낸 바 있다.

처음도 끝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듯, 일상의 단편을 잘라 그대로 무대 위로 올려 놓은 히라타 오리자의 조용한 연극들은 소위 ‘연극적’이라고 말하는 과장된 움직임이나 인위적인 복선, 도드라진 대사들이 없다. 1인 다역 없이 모든 배우가 하나의 역할을 맡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 따라서 담백하며 담담하여 때론 건조한 것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나’와 ‘우리’인 인간 군상들이 주고받는 일상의 대화 속에는 말로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세상사가 고스란히 밀도 있게 녹아 있다. 대학 생명과학 실험실 휴게실을 배경으로,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 보노보를 진화시키고자 하는 과학자들이 등장하는 <과학하는 마음2 북방한계선의 원숭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단순한 침팬지가 아닌 보노보를 두고 이들 과학자들은 보노보 뿐만 아니라 세상의 여러 종(species)들에 대한 대화를 거듭한다. 소소의 쾌락을 충족시키는 것에서부터 세상을 이어가게 만드는 성생활, 결혼, 출산 등의 모습은 인간과 다른 생명체가 모두 같다.

인류 이치의 경계없는 일상의 모습을, 가장 원천의 것으로 최고의 가공을 생성하는 ‘과학’에 비춰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새롭다. 과학적 어휘가 등장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없다.

많은 요소들이 공연을 이루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보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연출가 성기웅이 될 것이다. 2003년 극단 파크가 공연했던 연극 <서울노트>는 성기웅이 히라타 오리자의 ‘도쿄노트’를 번역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 밖에 극작가로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을 쓰기도 했다.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전편의 연출을 맡으며, 소리 없이 이어 가고 있는 젊은 연극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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