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프> 외모에 대한 도발적인 실험


어떤 이는 말한다. 사람의 생김새는 그 사람의 행동양식을 결정한다고. 또 어떤 이는 말한다. 외모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연극 <쉐이프>는 이 외모에 대해 노골적이고, 단순한 질문을 던진다. ‘형편없는 외모에서 킹카로 거듭나니 뭐가 달라져?’라고. 이 작품에서 이를 주관하고 진행하는 이가 여자이고, 그 대상이 남자라는 사실은 독특한 재미를 안긴다.

시작은 한 여자와 남자의 연애에서 출발한다. 어리숙한 외모와 소심한 성격의 대학생 양우와 화려한 화술과 아름다운 미모를 갖춘 미학과 대학원생 세경의 연애는, 여자의 일방적인 리드 속에서 꽤나 알콩달콩 진행된다. 그리고 세경의 은근한 부추김, 도움의 손길로 남자는 촌스러운 외모를 벗고 세련된 킹카로 태어난다. 멋진 남자로 탈바꿈한 남자에겐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남자가 어리숙한 외모였을 때는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첫사랑에게 대쉬를 받고 친구의 약혼녀인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는 등 비도덕적인 일을 저지르고 만 것. 그리고 그는 사실을 여자친구에게 숨긴다.

<쉐이프>는 인물들 간의 재치있는 대화와 남자 주인공이 차츰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묘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여기에 등장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와 교류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극장문을 나서면서 내내 맴도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거지?'란, 근본적인 질문 말이다.

이 연극은 남자의 외모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어느 날, 남자의 덥수룩한 머리는 깔끔하게 정리됐고, 운동으로 뱃살이 빠진 그의 몸매는 여자들의 시선을 끈다. 그 이후 센스 있는 옷으로 갈아 입고 코 성형수술까지 하며 그는 급격하게 개과천선한다.
하지만, 변화는 거기까지다. 남자가 매력적인 외모를 갖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짝사랑했던 여자의 유혹에 순간적으로 넘어가지만, 외모 변화 때문에 그가 흔들린 것으로 보긴 힘들다. 게다가 세경에 대한 마음은 여전히 일편단심 민들레로 눈물겹기까지 하다.

미스터리한 여성 세경에 초점을 맞추면, 조금 납득은 간다. 그녀는 양우보다 무엇이든 한 수 위를 점령했고, 그를 능숙한 방법으로 변화시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는 치명적인 팜므 파탈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또 다시 의문이 생긴다.이 위험한 도전에서 그녀가 얻은 게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과정이 우연에 기대어 있다는 사실은 설득력을 약화시킨다.  세경은 외모와 예술에 대해 논리를 늘어놓으며 그가 타락했다고 결론 짓지만, 정작 타락한 건 남자가 아닌 그녀 스스로가 아닐까.

<썸걸즈>에서 여자들을 황망하게 하는 찌질한 바람둥이 남자를 무대에 등장시킨 바 있는 작가 닐 라뮤트는 이번에는 팜므 파탈 캐릭터를 무대에 세운다. 그녀는 화려한 외모와 현란한 언변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과 조각상의 차이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치기 어린 시도를 한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무엇을 얻고 잃었으며 남자는 또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계산을 하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 진다. 발칙하고 쌉쌀한 로맨스로 바라보면 가장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임은 틀림없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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