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사랑할 수 있어> 운명적인 사랑을 믿으십니까?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이 왔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책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어떻게 변주하냐 따라 새삼스레 가슴을 치는 게, 사랑이야기 아닌가. 연극 <너만 사랑할 수 있어>는 지고 지순한,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면서 이 작품은 시작한다. 폭풍우 치는 제주도의 한 오피스텔. 영화 시나리오 작업 차 빈 친구 집에 도착한 한 남자는 마침 그곳에 머물러 있던 여자와 만난다. 서로 집을 차지하겠다며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 하지만 폭풍우 치는 날씨로 인해 잠시 한 집에 머무르게 된다.

까칠하지만 어디에서든 인기있을 법한 남자 이석과 덤벙거리지만 상큼한 매력이 있는 여자 은결. 서로 집을 차지하겠다며 밀고 당기기를 하다 자신의 상처와 과거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너만 사랑할 수 있어>는 이렇게 예상 가능한 스토리와 낯익은 캐릭터를 중반 이후까지 선보인다. 두 남녀가 만나서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그러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결국은 서로 호감을 느끼는 것도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니 두 사람의 만남에 관객이 함께 설레고 두근거리기는 쉽지 않다. 남녀의 이런 스토리는 빛이 바랜 이야기니까.

다행히 이 작품은 두 개의 반전을 숨겨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밤새 울었나 보다’ 이런 문구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다. 두 남녀의 운명과도 같은 사랑과 지고 지순한 애정이 드러나면, 시작부터 빛이 바래 보였던 캐릭터와 이야기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된다. 이들의 러브 스토리에 가슴 한 켠이 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신선하지 못한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지도 않고, 인물들의  세밀한 표정이 클로즈업 되지도 않는 무대 장르에서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전형적인 대화를 보고 있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어디에서 수백번은 봤음직한, 취한 채 잠이 든 여자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어찌할 바 모르는 남자가 나오는 장면은 반갑지 않다. 여기에 반전이라 할만한 팩트가 드라마틱하게 드러나지 못한 점도 아쉬운 점이다.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보이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순수하게 담아내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너만 사랑할 수 있어>의 객석 대부분은 다정한 연인들로 채워져 있다. 쌀쌀한 가을 밤, 여인과 함께 보기에 좋은 무대임은 틀림없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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