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두> 신나고 즐겁게, 완벽한 꿈의 세계로

“쿠빌라이 칸은 상도에, 장엄하고 멋진 환락의 궁을 짓도록 했다”
영국의 서정시인 사무엘 테일러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가 쓴 시 ‘쿠빌라이 칸(Kubla Khan)’의 첫 구절이다. 실제 원나라 초대 황제인 쿠빌라이 칸을 등장시킨 이 시에서 환락의 궁은 시인의 상상력으로 중국 상두에 세운 환상적이며 이상적인 낙원인데, 원전에 그곳을 바로 ‘Xanadu’라고 부르고 있다.

1980년대 영화로 만들어진 이후 2007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그리고 2008년 9월부터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제너두>는 이처럼 몽환적이며 신비스런 내용으로 현실을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상상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자신의 재능에 좌절하는 화가 지망생 쏘니를 돕기 위해 제우스의 딸이자 뮤즈의 리더 클리오가 ‘키라’라는 평범한 여자로 변신해 등장한다. 그녀의 도움으로 무한한 영감을 떠올리는 쏘니는 제너두라고 불렸던 낡은 극장을 ‘반짝이는 미러볼이 달려있고 벽화가 그려진 롤러스케이트장’으로 만든다. 음악과 춤과 그림이 있는 완벽한 예술적 공간인 이 곳에서 키라와 쏘니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만 간다.

2008년 뮤지컬 <제너두>에서 만나보는 ‘Suddenly’, ‘Magic’을 비롯해 ‘Xanadu’까지 젊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나고 감성적인 노래는 올리비아 뉴튼존을 7, 80년대 가수에 머물지 않게 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환호와 40대 이상의 ‘넥타이 부대’들을 어색하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객석 역시 올리비아 뉴튼존의 힘이 크다.

무엇보다 시 공간을 초월하는 여신과 인간의 만남, 그리고 ‘예술’이라는 설정은 이 작품이 여타의 뮤지컬과 차별될 수 있는 제 1의 매력이다. 현실과 등을 진 이 모든 것들은 하루하루에 지친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신선하고 달콤한 바람이 될 것이다. 여기에 키라와 쏘니를 시기하는 각가지 캐릭터의 뮤즈들, 돈 앞에서 사랑을 놓쳤던 성공한 사업가 대니의 등장은 웃음 가득히 전개에 탄력을 주고 있다.

반면, 위와 같은 것들이 공연 시작 전 뮤지컬 <제너두>를 우려하게 만들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어설픈 환상의 재연은 유치하기 십상이고, 로라장(롤러스케이트장)은 아무래도 젊은 관객들에겐 와 닿지 않는 추억의 유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제너두>를 두고 그러한 걱정은 필요 없을 듯 하다. 신나는 노래에 맞춘 위트 넘치는 움직임이 롤러 스케이트와 함께 속도감을 낸다. 신들의 세계인 올림푸스나 천사의 등장은 더욱 재치 있어 웃음이 크다. 키라를 시기하는 두 언니 멜포메네와 칼리오페는 밉지 않은 악역으로 재미에 쿵짝을 더한다. “저렴하게 굴지 마”나 “어? 치약이름”과 같은 오늘날 우리네 대화에서 따온 유머는 쉽게 이해가 되나 작품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거대하고 웅장한 스케일보다는 소소한 익살로의 접근을 택했다.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으로 오랜 시간 뮤지컬 무대를 장식해 온 이건명과 아이돌 가수 그룹 멤버에서 연기자로의 변신을 꾀한 강인, 희철을 비롯해 많은 배역이 더블 캐스트임도 확인해 두자. 공연 관람을 기쁘게 만드는 요소는 철저히 개인 취향에 따르는 것이나 이건명이 분했던 쏘니와 키라의 최유하, 홍지민, 김희원, 김성기 등의 조화는 개성있는 공연 속으로 관객들이 흠뻑 몰입하게 도와주었던 충분한 동반자였음은 분명하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