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바람 되어> 그리움을 안고 “여보, 잘 지냈어....? ”


세월이 흐르며 점점 늙어 가는 남편과, 젊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아내는 묘한 서글픔을 자아낸다.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부부에 대해, 인생에 대해 평범한 언어로, 조금은 특별한 형식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여보, 오랜만이야” 하며 남자가 여자를 찾아온다. 서로 진한 그리움을 풀어놓으며 반기지만 어딘지 그들의 대화에서는 엇박자가 감지된다. 여자는 남자를 향해 말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들레 바람 되어>는 한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은 더 독특하게 풀어낸다. 젊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내와, 그런 아내의 묘소를 찾는 남편의 이야기를 때론 소소하게, 때론 아픔을 담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편의 기억 속 아름다운 아내. 그 아내는 항상 그 모습 그대로 같은 자리에서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은 아내를 찾아와 자신의 재혼을 전하고 딸 아이의 성장과정을 이야기 한다. 그런 남편을 여전히 걱정하는 아내와 아내를 보지 못하는 남편과의 엇갈린 대화에는 이들의 말하지 못한 비밀과 아픔, 그리고 사랑한 아내를 떠나 보낸 남자의 외로움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대화 아닌 대화 속에서 그들의 오해와 상처는 가끔 실체를 드러낸다. 상처를 꺼내놓기도 전에 헤어져야 했던 부부.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란, 살아 있었던들 물어보지 못할 남자의 아픈 물음표에 여자는 흐느낄 수밖에 없다.

연극열전2의 마지막 작품인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는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로 데뷔한 박춘근 작가가 섬세한 감성으로 부부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창작 연극. 지난 1년간 연극열전의 프로그래머로 활약한 배우 조재현이 직접 무대에 서 주목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을 뜬 부인과 부인의 묘를 찾아오는 남편과의 대화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삶과 죽음, 남편과 아내에 대해 잔잔하게 풀어내는 이 작품에서 조재현은 30대 젊은 청년에서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연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부인으로 연기하는 이지하의 순수한 내면연기도 극을 편안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부부 이외에도 노부부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감초연기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세상만사 영 무심한 듯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할머니와 평생 바람둥이로 살았던 할아버지의 귀여운 애증이 없었다면 영 심심한 극이 됐을지도 모른다.

<민들레 바람 되어>는 스토리의 촘촘함은 2% 부족하지만 한편의 연극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부부의 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극이 흐를수록 객석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곤 한다. 극 중 말대로 “민들레가 지랄 맞게 핀”곳에 보여주는 한 부부의 사연이,  홀로 남은 남편의 삶이, 우리네 마음을 건드리는 건 틀림없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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