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돌아온 아바, 또 아버지를 찾습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그 때 그 사람, 그 때 그 뮤지컬. 400만 관객을 동원한 스크린 속 열풍을 몰고 2009년에 금의환향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변화에 대해 칭찬할 구석은 없지만 ‘그 명성 그대로’의 관록을 뽐내며 관객들의 품에 안겼다.

21년 간 감춰졌던 아버지의 정체를 알기 위해 자신의 결혼식에 세 명의 아버지 후보에게 초대장을 보낸 딸, 다시 만난 세 명의 옛 남자들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는 엄마, 황당한 스토리에 공감대를 만들며 잔재미를 더해주는 감초 친구들의 소소한 러브라인이 <맘마미아>의 큰 줄기다.

줄기에 맺힌 달달한 열매는 단연 아바(ABBA)의 음악이다. 소피가 'Honey,Honey'를 부르며 결혼에 대한 설렘에 빠져있는 동안, 왕년엔 딸 소피만큼이나 핑퐁처럼 튀었던 도나는 지중해 바다에서 ‘Money,Money,Money'를 외치며 아르바이트생들을 관리하는 일상에 허우적대고 있다.

21년 만에 다시 만난 중년의 연인이 부르는 ‘S.O.S'는 추억이 된 사랑의 안쓰러움을 백 마디 가사보다 강하게 밀고 온다. <맘마미아>의 터줏대감 샘(성기윤)의 'S.O.S'는 이어폰으로 연결해 24시간 재생시키고 싶을 정도다. 20대와 50대를 아우르는 ‘Dancing Queen'의 파워는 말할 것도 없다. 원곡가사를 거의 그대로 흡수해 원조의 맛이나는 뮤지컬 넘버는 여전히 이야기와 착 감겨 잘 굴러간다.


청량한 목소리로 ‘I have a dream'을 제대로 소화한 딸 소피(김자경)는 소녀처럼 귀엽지만 결혼을 앞둔 사랑스러운 숙녀로 느끼기는 2% 부족하다. 발랄함과 맹랑함, 반짝거림과 철없음의 경계는 참 어렵지만 그 경계를 외발로 잘 서 있던 스무 살 소피의 매력이 아쉽다. 그래서인지 20대가 공감한다는 소피와 스카이의 달달한 라인이 싱겁게 느껴질 정도다.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면 꼭 한 번 만날 것 같은 타냐(전수경)와 로지(정영주) 캐릭터는 두 배우의 농익은 연기와 호흡 덕분에 중년 유머코드에 집중할 수 있는 힘으로 거듭났다. 2007년에 <맘마미아>에 합류한 도나(최정원)는 딸의 결혼을 지켜보는 중년의 엄마로, 옛 사랑을 만난 한 여인으로, 수다쟁이 고등학교 친구를 자연스럽게 넘나들었다.

그러나 뮤지컬 <시카고>와 병행중이라는 선입견 탓인지 도나(최정원)의 대사 속 쇳소리는 빈번하게 귀에 거슬렸다. 하지만 ‘The Winner Takes It All'의 그녀의 열창이 모든 아쉬움을 한 번에 날린 것만 봐도 <맘마미아>가 노래를 가장 큰 무기로 흘러가는 대표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의 성공작임은 분명하다. 발랄함, 상쾌함, 뜨거움, 애잔함까지 동반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날씬한 이야기는 8번 째 앵콜 파워를 가진 뮤지컬이 가져야 할 자세(?)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올 해도 어김없이 커튼콜 때에는 2층의 관객들까지 모두 일어나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굴리며 아바(ABBA)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서태지도, 조용필도 아닌 것이. 스웨덴그룹의 노래를 담은 한 편의 뮤지컬이 대한민국을 꾸준히, 뜨겁게 움직이고 있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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