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콘서트> 깊은 담백함

변한 것은 없었다. 클래식과 대중가요 사이를 무리 없이 오고 가는 김동률의 단단한 모습이나, 스트링 세션과 브라스 밴드의 조화, 그리고 선곡 마다, 노래 마디 마다 섬세하게 계획 되어진 무대 및 조명의 쓰임도 여전했다. 8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김동률 2009 콘서트 프롤로그 3>은 지난해 열린 ‘모놀로그-프롤로그1, 2’ 콘서트에서 목격한 진면목을 다시 재현했다. 하지만 또 달라졌다. 지난 공연이 에피타이저에서부터 디저트까지, 우리네로 하자면 임금님의 12첩이나 양반집 10첩 반상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뻗어가는 다양한 맛의 균형미를 발휘했다면, 어제의 무대는 입맛을 돋구거나 소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여식을 뺀, 담백함만으로 이뤄진 본식이었다. 공연 티켓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8일부터 4일간 ‘앵콜 콘서트’의 의미로 열리는 <프롤로그 3> 공연 역시 일찌감치 좌석이 동이 났다. 콘서트 초반 “작년 공연에 못 오셨던 분들을 위한 자리로 시작했는데 지금 보니 다 아는 얼굴 같다”고 말한 김동률의 너스레처럼 이번 무대 역시 대중적인 사랑 못지 않게 ‘김동률 표 음악’을 좋아하는 골수 팬들이 많음을 증명해 주는 듯 했다. 그렇기에 이번 앵콜 콘서트에서 김동률은 ‘이러한 선곡’으로 프로그램을 짤 수 있었을 것이다. ‘취중진담’도 있었지만, 더욱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곡들은 이번 무대에서 내려놓았다. 나름의 색과 분위기가 짙은, 그리하여 앨범 트랙 4번이나 7번쯤에 수록된 곡들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어깨와 어깨를 맞대며 이어졌다. 주제가 뚜렷한 무대인 만큼 정통 클래식 음악을 하는, 또는 마이크 보다 어떤 악기와 더욱 친근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초대 뮤지션들의 등장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공연장이 가지고 있는 정돈된 느낌이 고스란히 무대로 이어졌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묵직한 감동이 이어졌던 까닭에, 순간순간 흥이 났던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하기를 망설였다. 공연 첫날 첫 무대의 어색함도 아쉬웠다. 두, 세곡이 지난 후에야 김동률은 더욱 노래에 목소리의 힘을 실었고, 섬세한 관객이라면 세션과 보컬의 음향 강약의 차이를 느꼈을 것이다. 앵콜 공연으로 이뤄진 무대이지만, 본 공연의 재편집이나 몇 곡의 추가 쯤으로 성급히 판단해선 안 된다. 김동률은 2008년 4년만의 단독 공연에 이어, 2009년 지금, 1년 만에 새로운 콘서트를 열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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