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눈내리는마을> 권태기에 접어든 연인들을 위하여

'연인들을 위한 콘서트’를 내세운 <시월에눈내리는마을>의 정공법이 2009년에도 어김없이, 관객들의 마음을 관통했다. 시월의 마지막 밤, 노천극장의 한기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관객석의 뜨거운 온기로 덮어졌다.

화려한 영상, 거대한 무대장치도 이 마을에서는 눈을 혹사시키는 디지털 도구에 불과하다. 아기 자기한 무대세트는 동화책 한 페이지를 떠올리게 했고, 57m에 달하는 스크린으로 감싼 무대 디자인은 아날로그 감성을 덧입히는 연출의 센스를 잊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시월에눈내리는마을>에 참여한 스윗소로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로 커플 맞춤형 공연의 막을 올렸고, ‘사랑해’로 부르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라디오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스윗소로우의 달달한 입담은 무대 위에서 더 빛을 발했다.

이번 <시월에눈내리는마을>의 가장 큰 수확은 정엽이었다. 남다른 마이크 잡기 실력으로 ‘맷돌정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정엽은 깊이 있는 목소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잡았다. 스윗소로우와 함께 부른 ‘우리 정말 사랑했을까’로 로맨스가 넘치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달궈냈다. ‘유 아 마이 레이디’로 R&B 가수의 진수를 보여줬다.

생애 첫 조인공연에 참여한다고 밝힌 김태우는 공연에 임하는 설레는 마음을 흥겨운 분위기로 연출했다. 뜨거운 ‘칠월의 마을’에서 날아 온 듯한 김태우는 열정의 무대를 만들어내며 ‘촛불하나’,’프라이데이 나잇’으로 이어지는 댄스와 세레나데 이벤트로 새로운 눈요기를 만들었다.

<시월에눈내리는마을>의 마스코트가 된 이소라의 목소리가 마을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눈치를 보며 입을 맞추던 연인, 앞자리 연인을 노려보던 솔로부대 할 것 없이 우울함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차분한 기운으로 하나 둘 빠져들었다.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에 녹여낸 레퍼토리를 통해 <시월에눈내리는마을> 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유의 감성과 교감할 수 있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의 세월을 지나온 공연은 이제 2010년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2010년 시월, 눈 내리는 마을은 어떤 감미로움을 안고 찾아올까? 옆자리에 앉아있는 연인을 단 하나뿐인 인연으로 연결해주는, 유쾌한 마술에 걸려보자.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좋은콘서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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