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토크콘서트> 제동 없는 토크쇼

‘김제동이 콘서트를? 그래서 김제동이 노래를 한다는 거야, 사회를 본다는 거야?’

170석이 조금 넘는 대학로의 소극장에 김제동이 서 있다는 소식, 12월 한달 내내 이어지고 있는 이 공연이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 기대감보다 궁금증이 앞섰다. 브라운관에서 벗어나, 콘서트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타난 김제동이 ‘No Break’라는 부제를 달고 무대에 섰다.

토크쇼에 가까운 김제동 콘서트는, 1시간 40분으로 예정된 공연을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공연은 웃음과 감동이 들숨과 날숨으로 촘촘하게 짜여진 어떤 정치색도 내지 않는, 지루할 틈 없는 ‘토크콘서트’였다.

공연은 기타 연주 속에 “모든 노래를 구슬프게 소화할 수 있다”는 김제동의 노래 한 곡, 매일매일 바뀌는 게스트의 노래와 이야기로 시작된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도 베일에 싸인 그 날의 게스트를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 유재석, 이승엽, 김선아, 이승엽 등 급 있는 게스트들이 공연장을 다녀갔다. 그 날의 게스트는 그야말로 랜덤이다. 월드스타 ‘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무대를 채우는 100%의 힘은 대학교 축제, 야구장, 방송국에서 단련된 ‘김제동의 입담’ 이기 때문이다.


심의, 시청률에서 벗어난 김제동은 솔직한 이야기, 관객의 눈높이에 초점을 맞춘 대화에 집중했다. 자칫 어색해지기 쉬운 객석 참여형 코너에서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며 빙고게임, 하나의 주제를 놓고 펼치는 코너를 통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짝사랑중인 여성과 공연을 보러 왔다는 남성관객의 돌발발언을 자연스럽게 ‘프로포즈’ 시간으로 연결하는 이벤트가 매일매일, 그 색깔을 달리해서 차려진다. 마이크를 잡은 김제동을 제외하고는 게스트,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 모두 ‘예측 불가능’이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형식으로 변신한다.

김제동은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거울을 보고 “아빠”라고 불러본 적도 있다. 이 세상에서 나의 아버지를 닮은 사람은 바로 ‘나’ 였기 때문에”라는 진솔함이 묻어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서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 그는 자신이 아끼는 책 구절을 들려주며 뼈 있는 조언을 늘어놓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 당시 사회를 봤던 이유, 지금의 심경 등 방송에서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김제동의 이런 이야기들은 권력에서 밀려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닌, 대중들의 품속으로 들어온 ‘언변의 달인’이 선물해주는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로 다가온다.

콘서트의 마지막은 항상 관객을 향한 김제동의 큰절로 마무리 된다. 관객들의 호평 속에 전석매진을 기록한 <김제동 토크콘서트>는 오는 1월 6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 연장 공연에 들어간다. 브랜드 공연으로 꿈틀대기 시작한 이 공연에서는 진정한 ‘소통’을 만날 수 있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음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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