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노포즈> 중년공감,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

“남편 분이랑 일 년에 몇 번이나 하세요?”

중년 여성 관객들을 위한 해우소가 열렸다. 건망증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전문직 여성, 보톡스에 목숨 거는 한물간 연속극 배우, 전형적인 현모양처 전업주부, 불면증에 시달리는 웰빙주부 네 명의 여성들은 안식처, 백화점에서 만나 ‘중년여성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메노포즈, 폐경기(완경기)에 도달했다는 것.

한 겨울에도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얼굴, 휴대폰은 냉장고에서 튀어나오고 화장실은 가도가도 또 가고 싶어진다. 네 명의 여배우들은 차마 말 못했던 중년 여성들의 증상을 ‘온리 유’, ‘와이엠시에이’, ‘러브 미 텐더’등 귀에 익숙한 멜로디속에 담아내 관객들의 몸을 들썩이게 한다.

혜은이, 이영자, 홍지민, 김숙 등 튼실한 캐스트들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나열식 극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시원한 목청과 깜짝 놀랄 만한 변신으로 객석을 사로잡는 홍지민, 뻣뻣한 연기력에 대한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혜은이의 노래와 댄스에 관객들은 쉴 새 없이 박수를 보내며 환호한다.

단연 돋보이는 갱년기 여성은 2006, 2007년에 이어 <메노포즈> 무대에 선 이영자다. “내가 살로 흥해서, 살로 망했잖아”등 온몸을 던져낸 애드립과 농익은 연기로 객석과 무대를 넘나들며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공연은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한 모습으로 컴백한 그녀들이 외치는 “새로운 시작”으로 마무리된다.

노래, 댄스, 개그, 연기 등 각 분야 베테랑 배우들이 만난 뮤지컬 <메노포즈>에는 기승전결의 부재, 에피소드의 단순나열 이라는 아쉬움은 접어도 좋을 만큼의 솔직한 유쾌함이 있다. 지금, 부엌에 있는 어머니와 아내가 홍조 띈 얼굴로 축 늘어져 있다면?
공연장으로 달려가자.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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