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살롱>에서 듣는 1930년대 만요

1930년대 유행하던 ‘만요’가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배우 박준면과 음악감독 하림이 만나 천연덕스럽게 재연한 이 노래들은 때론 신나고, 종종 구슬프게 경성의 한 살롱에서 재생됐다.

“오빠는 풍각쟁이야, 머/오빠는 심술쟁이야, 머/ 난 몰라 난 몰라, 내 반찬 다 뺏어 먹고/떡볶이는 혼자만 다 먹고/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

‘천변살롱’에서 박모단(박준면)이 능숙하게 뽑아내는 이 곡은 1938년 코맹맹이 목소리로 가수 박향림이 불렀던 ‘오빠는 풍각쟁이’. 비슷한 분위기의 ‘엉터리 대학생’ ‘왕서방 연서’ 등도 우스운 가사에 배꼽을 잡게 한다. 일제 시대, 억압적인 식민지 사회에서 유행한 만요의 가사는 마치 암울한 시기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우스꽝스럽고 장난스럽다. 그러다 나오는 ‘애수의 소야곡’ ‘이태리의 정원’ ‘외로운 가로등’은 그 무엇보다 구슬프게 심금을 울린다.

이 작품에 이렇다 할 줄거리는 없다.‘폐병을 앓았던 시인’과의 로맨스 등 박모단의 로맨스가 등장하긴 하지만 15곡의 만요가 이어지는 콘서트형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아코디언으로 연주되는 라이브 음악과 박준면의 힘 있는 목소리는 이 작품의 백미.

박모단의 입담은 마치 스탠딩 개그를 보듯 객석을 즐겁게 한다. 그녀의 입에서 듣는, 시인과의 비극적이라 할 수 있는 첫사랑은 가슴저리지만 봄 날의 아지랑이처럼 노래 한 곡과 함께 아련히 날려 보낸다. 그녀가 ‘죽석’이라 부르는 살롱 죽돌이와의 데이트, 공연 도중 상영되는 영화로 단편 단편 1930년대를 느낄 수 있다.

오래 전 사라졌지만, 작은 소극장에서 재생되는 만요는 여전히 친숙하고, 재미있으며, 한 없이 쓸쓸하다. 그러니 소담한 밥상처럼 단백한 이 무대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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