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고 서러운 오장군의 발톱

전쟁의 야만성은, 이 비정한 싸움에 이유 없이 희생 당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췄을 때 극대화 된다. 연극 <오장군의 발톱>은 전쟁과, 순진한 농부의 잔혹한 관계를 풀어놓는 작품이다.

평화롭고 조용한 산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청년 ‘오장군’. 그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자신이 키우는 소 ‘먹쇠’와도 교감을 나누는 어수룩하지만 착하디 착한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징집 영장이 날아오고, 그는 그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전쟁터로 끌려간다. 자연을 벗삼아 농사를 짓던 그에게 전쟁터는 적응하기 힘든 위협적인 장소일 뿐이다. 꿈 속에서나 홀어머니와 동네처녀 꽃분이, 먹쇠를 볼 수 있는 이해 못할 곳이다.

연극은 초반 그림처럼 평화로운 논밭의 풍경과 총격과 포탄 소리가 난무하는 어두운 전쟁터를 대비시키며 전쟁의 실체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극은 심각하고 무겁게 접근하진 않는다. 오히려 군인들의 모습을 희화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현실적인 소재이지만 동화적이면서도 희극적인 분위기는 이 작품만의 독특함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전쟁의 두 주축 또한 알 수 없는 ‘동군’과 ‘서군’이며 오장군의 고향 마을 역시 이 세상 어딘지 모를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비정한 전쟁의 속성과 인간의 잔혹함은 동화 같은 진행 속에서 더 섬뜩하게 드러난다. 오장군이, 그리고 수많은 병사들이 미리 깎아둔 손톱과 발톱이 고향집으로 어떻게 전달이 됐는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전쟁과 인간의 잔혹함은 차갑고 리얼하다. 관객은 누구 때문에 희생당하는지도 모르는 오장군과,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홀어머니와 함께 몸 떨리는 서러움을 공유할 뿐이다.

1974년 극작가 박조열이 발표한 <오장군의 발톱>은 1975년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하다 개막 전 공연불가 판정으로 결국 막을 올리지 못했다. 그 후 14만 만인 1988년에 극단 미추에 의서 첫 선을 보여 그 해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희곡상 등을 수상하고 이후 여러 국제 연극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오장군의 발톱>은 오는 4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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