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인생 끝자락에서 만난 사랑
작성일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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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주책’이란 말이 빈번이 쓰이는 우리네에서 일흔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야말로 주책 같은 이야기일까.
강풀 만화 원작,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절대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인생 끝자락, 삶에 대한 열정보다 고요한 여생을 보낼 것이라 여겨지곤 하는 노인들의 사랑이 젊은이들 못지 않게 정열적이고 순수하다.
새벽마다 우유를 배달하는 욕쟁이 할아버지가 평생 이름조차 갖지 못하고 파지를 주우며 사는 송씨 할머니에게 한 눈에 반하는 과정은 여느 젊은이들의 그것 다를 바 없다. 소위 ‘까칠남’으로 말머리에 ‘제기랄’을 달고 사는 할아버지이지만, 우연히 마주친 송씨 할머니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괜히 화난 척 큰소리도 쳐보지만 앉으나 서나 송씨 할머니 생각뿐. 파지를 모으는 그녀를 위해 우유곽을 모아 주고 차디찬 그녀의 방에 연탄불을 넣어준다. 할머니가 새벽 우유배달 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선물한 장갑은 날씨가 풀려도 착용하는 필수품이 됐다.
치매에 위암까지 걸려 곧 이 세상에서의 인연을 마쳐야 하는 노부부도 있다. 매일 주차장 관리 일을 마치고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늙은 남편은 반 백년을 함께 살아온 부인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자신을 제대로 기억도 못하는 아내이지만, 지금 옆에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할아버지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훨씬 긴 두 쌍의 연인들의 이야기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등 기대고 손 맞잡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건 나이나 성별에 상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보다 5년은 더 살게, 약속할게” 따뜻한 추억만 가지고 떠나려는 할머니를 잡는 할아버지의 맹세는 그 어떤 프로포즈보다 절절하다. 육체는 나이 들어도 감정은 박제 당하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2007년 초연 이후 꾸준하게 사랑 받아온 이 작품의 관객 연령층이 중년 이후일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20대 초반 연인들부터 흰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까지 다양한 관객층이 공연장을 찾는다. 공연 막바지,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함께 온 동반자의 손을 꼭 잡게 하는 건, 이 작품만이 가진 힘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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