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몽상가의 위대한 반전 <팻 메시니 오케스트리온>

이 연주의 목적은 무엇인가. 콘서트를 마주하며 무대의 목적을 생각해 본 것이 참으로 새삼스럽다. 좋아하는 음악을, 그 음악을 만들고 실현하는 뮤지션과 함께 가까이서 즐긴다는 것이 아닌 또 다른 무언가를 무대를 앞에 두고 생각하며 기대하게 되는 것. 팻 메시니의 <오케스트리온>이기 때문이다.

무대에 선 팻 메시니는 한국 관객을 앞에서 자신이 주변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두 가지 있다며 입을 열었다. 하나는 “당신, 정말 제정신입니까?”이고, 나머지 하나는 “어떻게 이것들이 연주를 하게 되는 건가요?”란다.

제 정신인가를 의심케 하는 그의 행보, 그것이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의 재즈 기타리스트로 팻 메시니를 오늘날 살아있게 하는 까닭이다. 그는 “첫 번째 질문은 그냥 넘어가죠”라며 유머로 넘겼다. 하지만 놀라운 발견이란, 고집스럽고 꾸준한 몽상가들의 이해 못할(?) 생각들이 하나씩 세상에 꺼내지는 보물과 같은 것임을 우리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오케스트라, 밴드의 사운드를 사람이 아닌 기계로 이뤄내는 오케스트리온. 팻 메시니는 사람으로서는 홀로 무대에 서서 야마하의 하이테크 피아노 디스클라비어를 비롯, 사람 손 없이 저절로 움직이는 베이스, 오르간, 베이스 등의 악기들과 등장했다. 아티스틱 디렉터로 과학자들과 함께 오랜 시간 작업해 온 그의 또 하나의 몽상이 현실이 되는 현장이다.

그가 발표했던 과거 곡들과 새 앨범 ‘오케스트리온’에 포함된 곡들이 무대를 채운다. 전류에 의한 자기장으로 악기를 움직이게 하는 솔레노이드 장치가 이번 연주의 키워드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이 원리에 대해 잘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미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그의 말은, 이곳의 사운드만이 관객이 충분히 누려야 할 몫 임을 알게 한다.

그리하여 8살에 트럼펫을 불고, 12살부터 기타를 잡았으며 이미 10대 중반에 재즈 뮤지션과 무대에 섰던 천재 음악인의 만남을 기대하는 것이 오늘의 목적은 아닐 것 아니다. 트레이드 마크인 부풀어진 곱슬머리로 42줄의 기타를 연주하는 거장의 모습과 그의 사운드는 실현보다 더한 감흥을 가져다 주기 충분하지만 오랜시간 수 많은 그의 명반과 함께 한 관중들에겐 감흥이 덜한 음악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음악의 진보와 감흥이 ‘사운드’에만 한정되어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것이 가장 우위에 자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를 일깨우고 미래로 나아가는 현실을 만들어 내는 음악과 그걸 창조해 낸 음악인으로서의 팻 메시니는 분명히 진보와 감흥 모두를 이뤄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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