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전율케한 감동의 무대, <빌리 엘리어트>

한 소년의 비상은 결국, 관객들을 전율케 했다.

‘남자라면 당연히 권투’인 1980년대 영국 탄광촌. 11살 소년 빌리가 발레를 만난 곳은 방과 후 억지로 권투를 배우러 간 낡은 체육관에서다. 하얀 튀튀를 입은 말괄량이 소녀들과 담배를 물고 발레를 가르치는 윌킨슨 선생님과의 우연한 만남은 빌리에게 처음으로 간절한 소망을 건네주었다. 관객에게는 잊었던 열정을 건네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개막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이미 영국, 호주, 미국에서의 폭발적인 흥행을 이룬 작품이다. 10대 초반의 어린 배우가 작품 전면에 나서 연기와 춤, 노래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개막 전부터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뚜껑이 열린 <빌리 엘리어트>는 이런 우려를 한번에 씻어 주었다. 11살,  발레에 푹 빠지는 빌리 역을 소화하는 네 명의 소년들(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은, 작품의 감동을 표현할 뿐 아니라 무대를 이끌어 가는데 성공한다.

오랜만에 관객은 뮤지컬 무대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발레와 탭댄스, 아크로바틱으로 점점 성장하는 빌리를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렇다. 망해가는 탄광촌, 장기 파업을 주도하는 광부 아버지,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죽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 희망보단 절망의 빛깔을 띤 환경에서 빌리가 선보이는 순수한 열정과 꿈은 환희에 가깝다. 

아직 변성기도 맞지 않은 어린 소년들이 펼치는 무대는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가 함께 선보이는 파드되(2인무) ‘드림발레’는 우아하고 날렵하며, 오디션 장면에서 선보이는 ‘일렉트리시티’는 간절함을 담은 에너지가 넘친다. 1막 마지막 '앵그리 댄스'는 발레에 대한 열정을 파워풀하게 선보여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명장면으로 꼽힐만한 씬은 곳곳에, 보는 이의 감성에 따라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가슴 절절한 부정(父情)과, 재능을 알아보고 이끄는 스승이라는 감성은 드라마의 탄탄한 밑바탕을 이룬다. 친구 마이클과 어려움에 직면한 탄광촌 광부들, 치매 할머니의 이야기에서는 소수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3시간에 가까운 짧지 않은 러닝타임은 중간 인터미션이 반갑지 않을 만큼 술술 흘러간다. 1막이 스피디한 에피소드로 이뤄졌다면, 2막은 한 템포 늦춰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낸다. 정영주(윌킨슨 선생님), 이주실(할머니), 조원희(아버지) 등 성인 연기자들의 연기는 무게감을 더해 균형을 이루는 점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다.

긴 러닝타임을 끝, 객석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게 아니라 빌리의 삶, 광부들의 삶, 그리고 우리의 꿈과 열정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 이 점이 이 작품이 가진 진정한 힘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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