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아웃유> 그들이 있는 하늘을 향해 "고마워"

건반과 첼로와 기타를 잡은 밴드도 있지만, 무대에 서서 작품을 이끌어가는 건 안소니 랩, 혼자이다. 하지만 이 공연이 어떤 무대보다 꽉 차 보이는 건, 실제로 등장하진 않지만 그 누구보다 뚜렷한 존재와 이미지로 살아 숨쉬는 이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뮤지컬 <위드아웃유>는 <렌트>와 조나단 라슨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와 닿을 작품이다. 무명의 배우 안소니 랩이 <렌트>의 오디션을 보고 마크 역을 맡게 되었던 그 때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은 <렌트>의 제작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배우를 뽑는 기준이 무엇이었고 넘버에 어떤 특징을 두었는지, 제작비는 어떻게 꾸렸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이 뮤지컬의 정석으로 여겨지던 90년대, 파격적인 소재와 형식으로 누구보다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 <렌트>이며, 가난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던 예술가로, 먼저 세상을 떠나간 친구를 그리기 위함이 조나단 라슨의 뜻이었음을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렌트>를 모른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안소니 랩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과 아픔 후 삶의 순간을 아름답게 바라보게 되는 길 모두를 열어준 또 사람, 오랜시간 암과 싸워 온 어머니의 이야기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상실의 슬픔이 기저에 깔려 있다 해도, 안소니 랩이 지나온 삶의 한 부분을 극화한 자전적 모노뮤지컬 <위드아웃유>에는 오늘에 대한 만족과 행복감이 가득하다. 천재이자 따뜻했던 친구 조나단 라슨을 만날 수 있었다는 감사와, 늘 자신을 믿어주었던 어머니와의 관계,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그의 자존감은 객석에도 번져간다. 이미 귀에 익숙한 <렌트>의 노래들과 안소니가 직접 작곡한 넘버들까지 <위드아웃유>의 음악은 정열과 아련함 사이를 오고 간다. 특별한 배경이 없는 빈 무대, 이곳, 저곳으로 옮기며 앉고 또 서는 의자 하나 만으로 작품의 분위기는 충분히 살아나고 있다. 공연이 끝난 후 안소니 랩은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하늘을 향해 나지막이 “땡큐”라고 말한다. 앞서 늘어놓은 모든 이야기들을 순식간에 정리해 주는 <위드아웃유>의 존재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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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10.11.01

    '땡큐' 에 대한 마지막 기사가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