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뻔한데 눈물 나는 엄마 이야기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공연에서 나타난 뚜렷한 경향 중 ‘엄마’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지난 2007년 연극 <친정엄마>를 시작으로 <친정엄마와 2박3일>이 마치 열풍처럼 관객들을 끌어 모으더니 이제는 영화, 뮤지컬로 다시 선보이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뮤지컬 <친정엄마>는 엄마 시리즈의 유쾌한 변주곡이다. 동명의 연극이 한(限)의 정서를 바탕으로 끈끈한 모녀 이야기를 풀어 공연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면, 뮤지컬은 낯익은 노래와 캐릭터로 경쾌함을 살려 분위기를 띄운다. ‘님과 함께’ ‘소녀시대’ ‘무조건’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당대 히트곡들로 남녀노소 함께 흥얼거릴 수 있어 젊은 층에게도 어필할 만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메인 감성은 역시, 눈물이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미안한 감정을 지닌 중장년 관객들에겐 엄마 역을 맡은 김수미와 나문희라는 배우는 그대로 자신의 '엄마'로 투영된다. 공연 내내 들리는 훌쩍임에는 관객 스스로의 경험도 작용해 한다. 그 만큼 내 이야기도, 다른 이의 이야기도 된다.

세상에서 내 자식이 제일 예쁘고 귀중해 자식 일이라면 열 일 제치고 희생하는 친정엄마, 결혼하고 시댁에 큰 소리 한번 못 치지만 엄마에겐 항상 기대고 의지하는 딸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어머니의 희생과 뒤늦은 딸의 후회라는, 너무 흔한 이 이야기가 오히려 반전처럼 가슴을 때린다.

그러나 이미 연극으로 이야기의 흡인력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오히려 이 점이 아킬레스 건이 된 듯 하다. 완성된 이야기 구조에 들어간 가요는 뜬금없이 흘러나오거나, 혹은 극과 어울리지 않아 이야기와 넘버가 융화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는 넘버도 있어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하다.

다행히 아쉬움은 중견 배우들의 힘으로 상쇄된다. 안타까운 딸을 향해 ‘썩을 년’이라며 정이 묻어나는 욕을 하고, ‘세상에서 네가 제일 이쁘다’며 보듬는 김수미의 연기는 ‘연기’ 같지 않다. 노련한 연기자의 구수한 욕에 수시로 울다가 웃을 수밖에 없다. 딸 역을 맡은 양꽃님과의 연기 화음은 보통의 모녀를 보는 듯 자연스럽다.

뮤지컬 <친정엄마>는 모녀 사이를 신선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그럴 필요 있냐는 듯 전형적인 친정엄마의 사랑과 희생을 눈물과 함께 버무려 차려놓는다. 판에 박힌 내용이다 싶다가도 눈시울이 붉어지기는 게 이 작품의 묘한 힘이다. 엄마 시리즈의 열풍을 계속될 듯싶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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