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가> 그의 노랫소리만

2004년부터니 햇수로 8년을 품어 온 작품이다. 대장암으로 2008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故 이영훈 작곡가가 놓지 않았던 것이 <광화문 연가> 뮤지컬 작업이었다.

그 결실의 무대가 지난 20일 세상에 막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단 한 명의 작곡가가 쓴 곡으로 이뤄진 창작 뮤지컬. 시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들이 어떻게 극화될 것인가에 개막 전부터 큰 관심이 모아졌다.

우려와 기대가 함께 섞인 관심에 대해 제작진들이 고심하고 또 고심한 흔적은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추억, 아련함의 이미지가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있음은 제목을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하고 또 기대하는 부분 아니겠는가.

그러나 한 인물(상훈)의 현재와 과거 모습을 처음과 끝 만이 아니라 공연 동안 한 무대에 동시에 세워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때론 회상에 현재 인물이 개입하는 모습, 또 이들과 관련된 새로운 인물(지용)을 등장시키는 설정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감상에 치우쳐 작품 전체가 허우적거리지 않으려는, 단편적인 전개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기존 노래의 이미지에만 기대어 갈 수도 있는 지름길을 포기하고 한 편의 극으로의 부활을 꿈꾸는 시도는, 그러나 이야기 면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인물들의 빈약한 캐릭터는 극의 집중을 방해한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유명 작곡가이나 사랑에 있어 적극적이지 못했던 상훈과 감정에 충실하고 열정을 다했던 대학생 현우는 존재하나, 두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할 여주는 그저 노래를 잘 하는 여인일 뿐 그 밖에 어떤 인물인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 적극적인 도입과 전개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1막의 시도는 2막에서 故 이영훈의 추모로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역시 각각의 노래였다.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광화문 연가’를 비롯 ‘옛사랑’, ‘그대 나를 보면’,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고인이 작곡한 가요들로만 구성한 넘버들은 각각 세련된 편곡을 통해 새롭게 선보여졌다. 고유의 정서를 아스라히 풀어내는 박정환, 송창의의 노래는 30대 이상의 관객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하늘을 찌르듯 절정으로 치솟는 리사의 ‘그녀의 웃음소리 뿐’은 가요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젊은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 낸다.

경사 무대와 영상 등의 활용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한 무대에 구현함과 동시에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 낸 것은 효과적이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중앙이 아닌 벽 쪽의 객석에선 많은 부분의 무대가 보이지 않는 아쉬움도 있다.

이번이 첫 뮤지컬 무대인 양요섭은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자신의 상황에 적절한 역할을 잘 소화하며 공연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또한 누구보다 김태한과 구원영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좋은 노래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은 뮤지컬 탄생에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고인이 된 작곡가의 곡으로 작품을 이룬다면, 노래 이상으로 쓴 사람의 활동을 기리는 마음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故 이영훈의 노래에 아스라한 추억 하나 없을 수 있는 젊은 관객들이 더 이상 ‘붉은 노을’이 빅뱅이 처음 부른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중장년층 관객이 옛사랑을 보내던 사랑보다 더 슬픈 기억을 떠올린다면 <광화문 연가>의 역할은 이미 충분하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만에 국내 관객들의 정서와 함께 숨쉬고자 하는 창작 뮤지컬이자, 깊은 노래들이 충분히 바탕이 된 <광화문 연가>에 추모 그 이상의 존재가 되는 작품을 바라여 본다. 갈 길이 멀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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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2

  • A** 2011.04.04

    첨볼땐 조금 동선이 어수선???했드랬죠!!그런데..마지막말은 아!!배우들 수고했구나!!열심히 창작물 맹그느라 수고했겄다..생각했어요!! 전 무엇보다도 현상훈 과거상훈 ..모두 기립박수치고 싶어요!! 뮤지컬 학구적으로 보는거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보는 저한테는 절제된감정과 배우답게 부르는 송창의!!님께 더욱 박수치고 싶어서 어느세 몇날을 광화문연가 세종으로 가고있습니다!!

  • A** 2011.04.03

    그 부분도 설득력이 약하고... 현우도 상훈이한테 다 줄 수 있는데 여주만은 안된다고.. 그렇게 대사하는데.. 니가 상훈이한테 준 게 뭐 있는데? 그런 마음이 들고.. ㅡㅡ; 아들인 지용이도.. ㅡㅡ; 지 아빠 뻔히 있는데 엄마의 사랑을 응원하는 부분도 의문이고... 물음표 물음표 물음표지만 그래도 연기하는 배우들이 넘 사랑스러워서 전 용서~ㅎㅎㅎ

  • A** 2011.04.03

    노래는 너무 좋았는데.. ㅡㅡ; 정말 무대는 안습... 동선이 너무 정신없어요. 프로그램 보니 연출, 각색이 이지나님이시던데... 무슨 바람의 나라 보고 있는 줄 알았어요... 왜이리 배우들이 걷는지... ㅡㅡ; 정말 배우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볼 수밖에 없는 듯.... 2막은 필요없는 씬이 많은 것 같고.. 배우들의 캐릭터도 너무 약해서... 왜 여주가 상훈이를 나중에 사랑하는 걸 알게 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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