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인블랙> 그 남자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짙고 축축한 안개, 늪, 외딴 섬, 음침한 대저택. 말 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동시에 범상치 않게 무서운 기운을 담고 있는 공간. 이곳이 연극 무대에 고스란히 재현된다. 무대 장치로서가 아니다. 관객 머릿속에서 말이다. 연극 <우먼인블랙>은 피가 튀거나 공연 내내 비명이 난무하는 공포물은 아니다. 등장 인물을 배우 두 명만이 등장한 단촐한 무대가 있을 뿐, 여느 공포스릴러처럼 시종 긴장된 분위기를 만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극 초반엔 소소한 유모코드로 객석에서 웃음을 유발하기 한다. 하지만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두 배우의 나래이션과 연기만으로 축축한 늪으로 둘러싸인 음산한 대저택은 생생하게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공포는 머릿속에서 상상되고 증폭된다. 이야기는 극중극으로 진행된다. 한 중년의 신사(아서 킵스)가 무대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서 있다. 그는 크리스마스 날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들려주려 조연출을 고용해 연극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밝고 신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겪었던, 차마 말로 할 수 없던 끔찍한 경험을 연극을 통해 털어놓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그가 젊은 시절 겪었던 이야기가 두 명의 남자에 의해 재현딘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젊은 시절의 킵스는 조연출이 연기하고 본인은 그 당시 만났던 사람들을 연기하며 일인 다역을 소화한다. 조연출은 연극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킵스에게 조명과 음향, 그리고 움직임 만으로 무엇이든지 만들고 묘사할 수 있는 연극의 묘미에 대해 설명해준다. 사실 이는 관객에게 말한 것이나 다름 없다. 두 배우의 나레이션과 마임만으로는 무대는 안개 낀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늪지대로 둘러싸인 대저택이 그려지고. 심리를 조여오는 축축한 공포는 조금씩 무게를 더한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세밀한 묘사와 등장인물들의 미스터리함은 심리스릴러를 표방하는 이 작품에 걸맞는다.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와 합 역시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에 충분하고, 단순한 무대에서 오는 끝없는 상상력의 여지 역시 이 작품을 매력 있게 만든다. 그래서 중반 이후 나오는 깜짝 놀라게 하는 각종 효과들은 극의 매력을 상쇄시키는 것 같아 아쉽다. 소리를 내지르고 덜컹거리는 효과는 극의 신비스러움을 오히려 반감시키곤 한다. 영화 ‘해리포터’이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차기작으로 영화 ‘우먼인블랙’에 출연하니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다. 1989년 런던에서 초연해 21년 이상 공연 중인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우먼인블랙>은 오는 9월 10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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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3

  • A** 2011.07.26

    공연 너무 좋습니다! 새로운 장르의 공포연극^^ 상상하십시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꺅

  • izero02** 2011.07.19

    얼마전에 공연 보고 왔는데 너무 좋았었어요! 영화도 나온다니 기대되네요

  • A** 2011.07.18

    우먼인블랙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