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포이브> ‘자유의지’로 사과를 따 먹은 아담의 속마음은?

세상의 많은 즐거움들은 ‘예상을 깨는 것’에서 온다. 피오나가 더욱 사랑스러운 건, 한 나라의 공주이나 전형적인 미를 거부(?)하고 뚱뚱하고 못생긴 초록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몇몇의 드라마가 ‘막장’이라는 불신의 타이틀을 얻게 되는 건, 출생의 비밀, 우연을 가장한 필연, ‘내게 이런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등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는 절차를 그대로 밟아가고 있어서다.

그래서 호기심이라는 건 평범한 사고에서 반 발짝 빗나간 색다른 생각으로 향한다. <폴링 포 이브>에 눈길이 간다면, 천지창조에 반기를 든 기발한 발상이 그 첫 이유요, 최초의 인간인 이브와 아담이 사랑하는 마음에 자신을 희생하는 헌신적인 모습이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만들고 “절대 선악과를 먹어서는 안된다”를 주문한 것 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 그대로다. 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이브는 빨갛게 잘 익어 달콤할 것 같은 사과를 끝내 한 입 베어 물고, 아담은 그 유혹을 이겨낸다. 에덴 동산 너머 거친 세상 속을 헤매게 되는 이브와 조물주와의 약속을 지켜 에덴 동산에 남게 된 아담. 이 둘은 어떻게 될까.


제목처럼 <폴링 포 이브>의 메시지는 흥미로운 가설이 아니라 그 후 아담의 대처 모습에 담겨 있다. 하나님과의 약속과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모든 것을 함께 감내하고 싶은 한 인간의 마음, 사랑을 위해 ‘예고된 고통’을 기꺼이 맞이하겠다는 그 남자의 자유의지가 감동이다.

국내 관객에게 충분히 익숙한 <올슉업> <아이러브유>의 작가 조 디피에트로가 쓴 작품으로, 전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아기자기한 장면과 위트 있는 대사의 매력은 여전하다. 아담과 이브 외에 남녀를 오가는 전지전능한 하나님과 재담꾼 두 천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극의 활력소가 된다. 아담과 이브가 부르는 솔로곡들은 공연 후에도 잔잔하게 귓가에 맴돌아 노래 자체로의 매력도 크다.

그러나 맛 좋은 음식들이 식탁 위에 어지러이 놓여 있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단순한 실사가 아닌 편집 영상을 사용한 배경과 회전 무대, 천정에 매달린 원형 장치가 해와 달로 투영되는 등 무대는 효율성과 효과를 동시에 살리고 있으나 배우들이 걸을 때마다 쿵쾅대는 소음과 등, 퇴장이 빈번한 무대 옆면이 그대로 객석에 노출되어 작품에 대한 신비감을 덜하게 하기도 한다.

아담과 이브 역의 배우들은 ‘순수한 열정’을, 천사와 하나님으로 변신한 배우들은  ‘빼어난 노련미’를 발한다. 치대면 더욱 쫀쫀해지는 밀가루 반죽처럼 회를 거듭할수록 균형을 맞춰갈 가능성이 아직은 더 크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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