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첫 걸음, 뮤지컬 <셜록홈즈>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사방에서 몰아쳐 막다른 골목에 데려다 놓은 후, 이곳이 목적지였음을 막판에 알려주는 짜릿함. 허술한 속임수나 잠깐의 틈도 용서될 수 없는 까닭에 추리물은 이야기 하기도, 재미있게 즐기기도 힘든 장르일 수 있겠다.

그래서 소설, 영화, 드라마로 이미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이 뮤지컬로 태어나는 것에 고개가 갸우뚱 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철저히 제한된 현실의 시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쳐야 하는 뮤지컬에 셜록홈즈가 등장했다면? 대답은 ‘셜록홈즈는 여전히 번뜩인다’이다.

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은 아서 코난 도일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예리한 눈빛, 번뜩이는 두뇌, 어느 하나에 미치면 끝장을 보는 다소 괴팍스러운 성격 등 명탐정 셜록 홈즈의 캐릭터와 그의 활약상을 다루는 틀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뮤지컬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이전의 셜록홈즈 에피소드에서 찾아볼 수 없다. ‘수 많은 사건’이 이미 존재하는 까닭에 시즌제 뮤지컬 선언에 이야기 걱정은 털고 간다 여겼다면 큰 오산. 런던 앤더슨 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홈즈의 활약은 뮤지컬을 위해 새로 창작된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남자로 등장하는 왓슨을 여자로 바꿔 극의 해설자로 등장시킨 것 역시 효과적이다. 주인공 홈즈의 독특한 캐릭터를 충분히 살려두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 재현과 추리를 오고 가는 이야기의 중심을 왓슨이 탄탄히 붙잡아주고 있다.


무엇보다 뮤지컬로서 빠질 수 없는 요소, 노래가 강점이다. 사건 발생, 의심, 추리, 사랑, 괴로움, 그리고 집세를 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활고까지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들을 음악이 빼어나게 표현해 내고 있다. 또한 각 인물마다 주어진 테마곡이 있다는 것은 개별 캐릭터에 힘을 실어준 섬세함의 증거인 동시에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반가운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송용진, 김원준, 방진의, 구민진, 박인배, 조강현, 조남희 등 탄탄한 실력의 배우들이 작품에 들어맞는 개성으로 분하고 있는 것 역시 반갑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하는 앤더슨 역의 박인배, 조강현은 더욱 주목해 보자.

그러나 이 모든 요소들의 미덕에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무대이다. 배우들의 얼굴에 수시로 그늘을 지게 하는 조명은 음울한 작품 분위기를 위한 효과가 결코 아니며,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했으나 여전히 무대는 비좁고 아슬하게 보인다.

<셜록홈즈>는 공연이 끝나기 직전 약 30초 간의 장면에서 추리물로서의 기지가 가장 반짝인다. 다소 긴 러닝타임에 아쉬움이 남지만, 창작 뮤지컬의 초연 무대로서 곳곳의 반가운 모습들과 막판 30초를 더했으니, 우리는 이 작품의 시즌 2가 너무나 궁금해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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