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기억으로 풀어낸 동화, <겨울연가>

첫사랑은 아련하고, 희미할수록 더욱 아름답게 기억된다. 2002년, 대한민국을 ‘첫사랑의 기억’으로 빠뜨렸던 드라마 ‘겨울연가’가 뮤지컬로 찾아왔다.

소극장 무대에 오른 20부작 드라마는 교복, 첫사랑, 눈사람, 폴라리스, 기억상실, 만남 등 주인공 준상과 유진, 그리고 상혁을 대표하는 이미지와 단어들로 압축됐다.

시종일관 내리는 눈과, 빽빽하게 놓인 순백색의 자작나무들이 무대의 서정성을 더하며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드라마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겨울연가’를 대표하는 검은 교복, 배용준의 목도리와 더플코트, 눈사람 등이 “‘겨울연가’ 이야기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는 한국, 일본의 4~50대 아줌마 팬들의 기억을 자극한다.

정공법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겨울연가>는 준상, 유진, 상혁이 펼치는‘서정멜로’에 집중하고 준상의 가족 이야기, 우정 등 곁가지 이야기들을 과감히 배제시켰다.


집중을 통해 얻어낸 빠른 전개를 통해 뮤지컬 <겨울연가>는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였고, 한국을 ‘욘사마, 지우히메, 겨울연가’로 기억하는 일본 관광객들을 위한 맞춤형 컨텐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시간의 점프를 통해 드라마 ‘겨울연가’ 팬이 아닌 뮤지컬 <겨울연가> 만의 매력을 찾고 싶어했던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다. 공연 시작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등장하는 뮤지컬 넘버도 뮤지컬 <겨울연가>를 느끼고 싶었던 관객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마임으로 표현된 준상과 상혁 농구대결, 준상과 유진의 그림자 밟기 등 동화처럼 기억되는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고리타분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공연의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한 노력의 흔적도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을 통해 첫 주연을 따낸 김승회, <궁><살인마잭> 최수진, 멜로 연기에 도전한 전재홍 등 배우들의 열연도 관객들의 마음을 잡는다.

아련한 ‘첫사랑의 동화’를 상기시켜주는 그 때 그 이야기, <겨울연가>속 순애보 사랑이 무대에 내리고 있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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