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닮은 너를, <막돼먹은 영애씨>

막돼먹은 영애씨는 없다. 물통 갈기, 복사기 고치기 등 온갖 잡무와 업무를 도맡아 하면서도, “덩어리”라 부르는 직장상사 앞에서 입만 삐죽이고 마는 영애씨가 있을 뿐이다. 등 뒤에서 “목을 조를까”라고 읊조리는 영애씨가 있을지라도.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의 힘은 공감가는 캐릭터에서 출발한다. 참는 자가 승자인 대한민국 회사원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은 ‘회의적인 회의’, ‘이래서 일을 못해’, ‘야근을 피하는 방법, ‘이력서’ 장면에서 만날 수 있다.

돌아온 이혼녀 돌아이 지원, 얄미운 후배 김태희, 알랑방귀 일인자 박과장, 파릇한 신입사원 원준, 짠돌이 사장까지 내 옆자리 누구, 혹은 나를 쏙 빼 닮은 캐릭터들의 고군분투에 웃음과 공감대가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2~30대 여성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캐릭터를 주축으로 뮤지컬 무대 위 영애씨로 변신한 김현숙의 능청맞은 연기,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며 여심을 사로잡는 신입사원 최원준의 어리숙함이 드라마를 추억하는 관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킨다.

여기에 얹혀진 임기홍, 서성종, 백주희, 김유영 등 뮤지컬 배우들의 활약이 개그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현장성 넘치는 개그의 맛을 선사한다. <스프링 어웨이크닝>를 생각나게 하는 ‘회의적인 회의’, 박과장, 경쟁사 사장 등 1인 다 역을 소화한 임기홍은 <김종욱 찾기><톡식 히어로>에서 보여줬던 멀티맨 파워가 녹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6년 전 썼다는 사직서를 제출하는 영애씨에게, 이직을 앞두고 “이력서는 또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를 고민하는 영애씨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는 100% 리얼공감에서 시작된다.

휴가, 월차, 연차, 칼퇴근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당신이라면. 폭풍업무, 야근, 휴일근무과 친해져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하는 오피스 걸, 오피스맨이라면. 회사원들의 마음의 소리를 유쾌한 코미디로 승화해낸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며 막돼게 웃어보는 건 어떨까.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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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12.01.11

    막돼먹은 영애씨 완전 최고 ㅋㅋ >;< 진짜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