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레볼뤼시옹> 붉은 핏빛, 그것은 혁명과 사랑의 색이다.

지금의 것을 바꾸는 것. 나를 넘어서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강렬한 자극.

혁명과 사랑은 그렇게 닮았다. 익숙함에 가까운 인간과 그 세상이기에, 혁명은 소수로 시작해 다수의 반대에 부딪힌다. 순조롭게 계획된 사랑이 드문 것처럼 뜻을 굽히기 전까지 혁명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희생이 뒤따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둘을 한 그릇에 제대로 어우러져 담아내는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은 강렬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1884년 조선 갑신정변. 세상을 바꾸려는 큰 기상을 품은 두 청년과 이들과 기꺼이 함께 걷는 한 여인이 있다. 몰래 사랑을 품고 있는 원표(박성환 분), 원표의 마음을 빼앗아갔지만 그의 친구 홍규와 첫 눈에 사랑에 빠지는 서도(문진아 분), 그리고 혁명만큼이나 강렬하게 서도에게 이끌리는 홍규(윤석원 분)는 혁명이라는 거사와 함께 사랑과 질투라는 씨앗도 키워나간다.

1789년 프랑스 파리에는 부족함 없이 자라 곧 귀족의 부인이 될 마리안느와 그녀의 정혼자 피에르가 유쾌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무고하게 갇힌 아버지를 탈출시키기 위해 감옥 설계도를 훔치러 파티장에 은밀하게 침입한 레옹. 우연히 마주친 마리안느와 레옹은 사랑에 빠지고, 레옹과 같이 ‘새털보다 가벼운 목숨’에게 자신의 여인을 빼앗긴 피에르는 피와 권력의 응징을 강행한다.

100여 년의 시간, 조선과 프랑스의 먼 거리를 이어주는 건 소설 ‘레옹의 죽음’이다. 혁명을 꾀하는 조선의 세 젊은이들이 돌아가며 읽는 이 책은 ‘시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그네들의 혁명이며 사랑의 거울이다.


거대 혁명의 기운에 스스로 파묻히지도 않고, 사랑을 위해 죽고 죽이는 신파로 엇나가지도 않는 균형. 되풀이되는 역사 속에서 비극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세 명의 이야기는 굵고 촘촘하게 짜여져 작품을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

조선의 이야기는 노래를 뺀 연극의 무대로, 프랑스에서의 일들은 강렬한 음악과 함께 풀어내는 형식이 새로우며, 균열이나 이질감은 결코 없다. 빠른 전개를 타고 일어나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 이것을 극대화시키는 넘버들의 진폭이 크다. 그 세련된 멜로디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

1인 2역을 맡는 세 명의 배우들의 몰입도는 대단하여 넘버를 소화하는 가창력을 관객들은 만끽할 수 있으리라. 작은 무대에 함께 자리한 피아노, 바이올린, 퍼커션의 라이브 연주는 ‘무대가 작다고 작품이 작은 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큰 그림을 작은 캔버스에 겨우겨우 그려 넣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소극장에다 연주자들과 자리를 나눈 까닭에 배우들의 공간은 더욱 작아졌다. 감정의 고저를 나타내기 위해 짧은 동선을 빈번히 교차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아쉬움에 남는다. <사춘기> <마마 돈 크라이> 등을 만든 이희준 작가, 김운기 연출의 창작 신작이다. 더욱 넓은 무대에서 조명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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