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부리지 않아 더 달달한 <커피프린스 1호점>


“딱 한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너 좋아해.”
‘커피프린스 1호점’의 그 유명한 대사가 나오자 객석에선 탄성이 터진다. 반은 멋있어서, 반은 낯간지러워 나온 것이다. 이 작품, 러닝타임 내내 때론 설레서, 코믹해서, 살짝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2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 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드라마의 뮤지컬화 시류에서 낯설지 않은 작품이다. 원작은 이미 남장여자와 재벌 3세의 알콩달콩 로맨스란 컨셉트로 여심을 사로잡은 바 있으니, 대학로 로맨틱 코미디 소재로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몇몇 작품에서 경험했듯, 히트 드라마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은 오히려 더 길을 잃기 쉽다. 드라마가 최소 16부작으로 쌓아 올린 이야기를 2시간 안에 소화하는 과정에서 우선  체하고,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하느라 휘청거리곤 한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이런 면에서 오히려 욕심 부리지 않는 미덕을 보인다. 카페 취업을 위해 남자로 위장한 여자 은찬과, 그녀를 남자로 알면서도 마음이 흔들리는 남자 한결의 사랑이라는 주요 줄기만 취하고, 나머지 원작에서 등장했던 주변 캐릭터와 갈등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한결 간결해진 스토리를 채워 넣는 건 멀티맨들의 활약과 극중 쇼, 그리고 라이브밴드의 생생함이다. 스토리는 빠르게 진행되고, 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급격하지만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도 무난하게 즐길만한 이음새다. 여기에 일본 여행 등, 에피소드 역시 무대 장르에 맞춰 조금씩 각색한 점도 반갑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외에 복잡한 인간관계를 생략한 대신, 인물들의 성격은 그대로 이거나, 더 강화했다. 남자를 좋아해서 마음고생(?)을 하는 한결과 털털한 은찬의 모습은 원작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도 반가울 것. 여기에 하림은 더 코믹하고 어수룩해져 웃음을 책임진다.

김재범, 김태한, 유주혜 등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과 생동감 있는 라이브 음악, 군살 빼버린 에피소드는 두 시간 러닝타임을 지치지 않게 받치며 가벼운 즐거움을 준다. 다만 배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커피프린스 커피숍이 단순히 배경으로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달달한 로맨스와 함께 쌉쌀한 커피향 한 스푼 첨가한다면 이 미남자들의 커피숍이 더 즐거웠을듯 하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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