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표' 코미디, 어떻게 다를까? 연극 <서툰 사람들>

대학로에 웃긴 연극은 많다. 적당히 작품을 고르면 일요일 저녁 '개콘' 보듯 두 시간 동안 배불리 웃을 수 있다. 그런데 <서툰 사람들>은 조금 다르다. 실컷 웃는 동안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이 연극은 영화·연극을 오가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장진 감독의 작품. 매회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내는 <서툰 사람들>, 그 속에 담긴 장진표 코미디의 매력을 분석해봤다.

서툴러서 짠한, 서툴러서 사랑스러운 사람들

<서툰 사람들>이 주는 첫 번째 재미는 의외성에서 나온다. 자취 중인 여교사 '유화이'의 집을 침입한 도둑 '장덕배'. 그는 쓸만한 도둑이 되기엔 너무도 마음 여리고 어수룩한 인물이다. 끈으로 화이의 손목을 묶으려다 잘 되지 않자 매듭 짓는 법을 적어둔 수첩을 들여다보고, 어설픈 도둑 행세로 번번이 화이의 타박을 듣는다. 발끈하며 화이를 윽박질러도 보지만, 그녀의 비명에 곧바로 수그러드는 그는 어쩔 수 없이 그저 착한 남자다. 그가 커다란 보따리에 물안경, 곰인형, 화분 등 쓸데없는 물건들을 주섬주섬 집어넣는 모습을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여주인공 '유화이' 역시 엉뚱하긴 마찬가지. 그녀는 낯선 도둑이 무서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도, 덕배가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입에 갖다 대자 기겁하며 "저기요! 컵에 따라 마셔요!"라고 울부짖는다. 또 탁자 위의 사과를 집어 든 덕배에게 껍질을 깎아먹는 게 좋다고 참견하는가 하면, 화가 나자 도리어 덕배에게 부엌칼을 휘두른다.

매 순간 예측을 벗어난 행동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두 사람은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다 어느새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발로 퉁 쳐야 작동하는 화이의 고물 TV를 한심해하던 덕배는 "좋은 TV 하나 발견하면 갖다 줄게"라고 말하고, 그 말에 화이는 또 천진스레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도둑이라고 하기에도, 교사라고 하기에도 너무도 서툰 두 사람은 그래서 웃기고 또 사랑스럽다.


'보통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장진만의 코미디가 가진 또 다른 힘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는 그의 따스한 시선에서 나온다. 화이와 덕배는 말다툼 끝에 친해지면서 서로의 외로움과 고민들도 하나씩 이해하게 된다. 장진은 주말 저녁 혼자서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야 하는 '건어물녀' 화이와 어설픈 도둑질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년 덕배,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시끌벅적한 자살소동을 벌이는 아래층 기러기 아빠 등 어딘가에 살고 있을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을 꺼내어 살살 달래준다.

덕배에게 비상금을 숨겨둔 곳을 알려주는 화이와, 그 돈을 꺼내가는 대신 화이가 아끼는 인형 '김군'을 슬그머니 보따리에서 도로 꺼내두는 덕배. 세상엔 이런 도둑도, 이런 집주인도 없겠지만, 이 연극은 어딘가에 이처럼 순박한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유쾌하고 따뜻한 상상으로 관객들을 웃게 한다.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함께 얻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인 연극 <서툰 사람들>은 5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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