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라만차>, 마음을 움직이는 뮤지컬의 힘

명작소설 '돈키호테'를 재구성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는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직접 등장한다. 주인공이 시인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등 1인 2역을 맡아 극중극을 끌고 가는 이 작품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두 사나이의 뜨거운 인생 철학을 변론하며 관객들의 가슴에 두터운 감동을 전한다.

신성모독죄로 감옥에 갇힌 세르반테스는 동료 죄수들에게 조롱과 위협을 받자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소설 '돈키호테'를 즉흥극으로 펼쳐 보인다. 소설 속 알론조라는 노인은 자신을 기사 돈키호테라고 우기는 황당한 인물이다. 시종 산초를 데리고 모험을 떠난 그는 천한 거리의 여인 알돈자를 지순한 사랑으로 받들고, 면도대야를 황금투구라고 우기며 웃음거리가 된다.

사실 산초와 풍차가 등장하는 여기까지의 내용은 관객들이 대개 알고 있는 이야기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특별한 감동을 전하는 지점은 무엇보다 음악에 있다. '이룰 수 없는 꿈' '둘시네아' 등 이 작품의 대표곡들은 명작소설의 감동을 생생히 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산초의 '좋으니까'도, 노새꾼들이 함께 부르는 '새야, 작은 새야'도 중독성 있는 선율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등 1인 2역을 연기하는 홍광호 배우

출연자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공 홍광호는 세르반테스와 알돈조를 자연스레 오가며 연기를 펼쳤다. 그가 구부정한 자세로 노인 알돈조를 연기하다가 천천히 허리를 피며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라고 폭발적인 성량으로 노래하는 순간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산초 역의 이훈진 배우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훈진은 티없이 맑고 천진한 산초의 순정으로 객석의 미소를 자아내고, 여관주인 역의 서영주는 틈틈이 깨알 같은 유머를 더한다. 돈키호테를 걱정하는 마을 신부 역의 이영주 배우도 따스하고 능청스럽다.

그렇게 세르반테스가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버무려 펼쳐 나가는 이야기는 감옥 속 죄수들의 마음도, 관객들의 마음도 서서히 움직인다. "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 어느새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감동이 큰 만큼, 공연장을 나서면 어쩐지 마음이 헛헛할 수도 있다. 작품이 전해준 강한 열기와는 달리 공연장 밖에는 여전히 냉랭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변함없이 이어지는 고단한 일상 속에서 꿈을 간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누군가는 아주 작은 변화를 모색할지 모른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그만한 힘이 있는 작품이다.

황정민·서범석·홍광호 주연의 <맨 오브 라만차>는 10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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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rja** 2012.07.27

    기자님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관주인역은 이영주배우님이 아니라 서영주배우님이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