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디 아더 사이드 - 경계선의 저쪽
< The Other Side >는 ‘죽음과 소녀’, ‘독자’등의 작품을 쓴 세계적인 극작가 아리엘 돌프만이 2004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한국초연으로 손진책 연출과 일본 정상급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져 올려진 화제의 작품이었다. 두 번째 무대로 지난 18일부터 4월 3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디 아더 사이드>는 20년간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두 나라 국경지역에 사는 노부부가 주인공이다. 모든 전쟁을 비판하는 연극이라고 할까.
연극 <디 아더 사이드>는 전쟁 중인 콘스탄자와 토미스라는 나라의 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한 노부부의 집안.
부부는 전사자를 옮겨와 신원을 확인하고 인수하러 온 유족들에게 이를 확인시키고 넘겨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유족은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고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일 듯 말듯하며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게 반복된다. 젊은 남자의 시신을 볼 때마다 15살에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된 아들이 아닐까? 마음을 조리는 아내(김성녀).
지리한 전쟁의 끝 무렵, 이제 많은 유족들이 시신을 거두러 올 것이라고 기대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집 벽을 뚫고 낯선 사내가 침입해 들어온다. 낯선 자의 침입과 행동에 놀라는 부부에게 국경경비대원인 그는 집 안으로 두 나라의 경계선이 그어졌음을 알리고 부부에게 각자 경계선 너머로 갈 것을 명한다. 이제까지 함께 했던 공간이 둘로 나뉘어져 화장실로 혹은 부엌으로 갈 때도 비자가 필요하게 된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아내는 어느새 그 국경경비대원(정호붕)이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아들이라고 믿게 되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묵묵히 바라보는 남편(권성덕)을 통해 부부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군인이 아들임을 확신하고 집착을 보이는 아내와 그것을 부정하는 군인, 말없이 지켜보는 남편 사이에 또 다른 기류가 흐르면서 군인 역시 냉정하고 차가운 모습에서 조금씩 동요를 일으키게 된다. 포성이 다시 시작되면서 군인은 자신의 혼돈을 이기지 못하고 미친 듯이 외쳐대다가 집 밖으로 나가게 된다. 노부부는 울부짖고, 남편이 군인을 업고 돌아온다. 싸늘한 주검이 된 군인의 시체를 끌어안고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남편과 내 아들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의 아들을 기다리겠노라는 아내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이 눈물 짖게 한다.
무대의 중앙에 놓여진 침대는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침실,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침범 받고 싶지 않은 공간에 경계선이 쳐지는 상황부터 긴장감이 형성된다. 모순이었다. 전쟁이 끝났을 때 평화로워야 할 중요한 그 곳이 침범 당하고 짓밟혔다. 그리고 어이없는 선 긋기와 통행. 전쟁은 도리어 평화로울 수 있다는 논리와 평화가 왔을 때 휴전은 전쟁을 위해 규범을 만들고 분리하기 위한 시간을 벌게 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양분법에서 오는 괴리감이 형성된다.
배우들의 앙상블 때문이었을까? 세 배우의 호흡은 끊어지듯이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고 있어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얼굴인 정호붕이란 배우는 무뚝뚝하면서 사무적이고 때론 순수한 청년의 모습으로, 소년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해 가는 모습을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럽게 연기해 낸다. 남편으로서 묵묵한 권성덕은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려는 남편의 역할과 아버지로서의 가슴 무너지는 아들에 대한 사랑의 모습이 구구절절 드러나 보이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집 앞에 쌓여있는 무덤과 비석들. 5,000명이 넘는 시신이 죽어갔던 그 전쟁터에서 관객들에게 주는 전쟁과 평화, 인간내면의 깊은 울림들을 다시 한 번 되 씹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살고 있는 인간들 간의 안 보이는 벽과 경계선. 과연 무엇이 우리들을 미치게 하는 것인지 생각할 시간을 주는 듯 하다.
공연장을 찾아 관람하면서 자신의 경계선은 무엇이었으며, 그 경계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것이다.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지루하고 따분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 실컷 웃을 때도 있고, 소리 죽여 웃을 시간도 있다. 우선 재미있다. 되돌아 나올 때 의미심장해 지는 연극 <디 아더 사이드> 여운이 많이 남는 연극임에 틀림없다. 이 공연은 아쉽게도 4월 3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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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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