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그녀의 아픔에 조금 더 귀 기울이다

동독 출신 락커이자 실패한 트랜스젠더, 사랑의 기원을 따라 반쪽 사랑을 찾아 다니는 상처입은 영혼... 돌아온 오만석이 만들어 내는 <헤드윅>은 명불허전이었다.

화려한 가발과 진한 메이크업을 하고 등장해 부르는 첫 곡, ‘tear me down’부터 조근 조근 전달해주는 사랑의 기원 ‘orgin of love’, 헤드윅의 첫번째 욕망을 그린 ‘sugar daddy’, 그녀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노래 ‘midnight radio’까지. 7년 만에 다시 헤드윅이 된 그는 그녀의 아물지 못한 상처를 드러내고 그만의 감성으로 치유해갔다.

두터운 마니아 관객을 만들며 1200회 이상 공연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멋진 훈남도,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도 아니다. 남자로 태어났으나 수술 실패로 정체불명 '앵그리인치' 살덩이를 가진, 성별마저 모호한 트랜스젠더. 갑갑한 동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남자와 결혼했지만 얼마 안 가 버림 받은 여자. 자신의 진짜 ‘반쪽’이라 믿고 전율했던 두 번째 남자에게도 버림받고 음악마저 빼앗긴 기구한 운명.

하지만 헤드윅의 모놀로그는 한탄이 아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세계적인 스타가 된 남자의 거대한 콘서트장, 바로 옆 허름한 호텔에서 그녀는 세상을 향해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절망이 덮칠 때 부른 ‘wig in a box’, 깊은 상처를 매만져 주는 ‘midnight radio’를 함께 하다 보면 이 동독 출신의 실패한 트랜스젠더 이야기는 어느새 내 이야기가 된다.

오만석은 과장이나 지나친 유머를 자제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헤드윅을 표현한다. 부풀어 오른 가발에 두꺼운 화장을 한 채 도도하게 행동하지만 순간 순간 새어나오는 아픔은 더 진하게 다가온다.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과의 묘한 관계도 더 명확하게 그린다. 실패한 트랜스젠더(헤드윅)와 드랙퀸(이츠학)과의 관계는 처음엔 뒤틀리고 기묘해 보인다. 헤드윅이 이츠학에게 여자 옷을 건네며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기 전까지 말이다. 이들 관계는 남자/여자로 나눠야 직성이 풀리는 '다수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무언가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헤드윅의 배경과 심리상태는 그의 모놀로그를 통해 지난 시즌들에 비해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이작품을 처음 접한 관객에겐 친절하지만 스타일리시한 락에 집중하는 관객에겐 극의 전개는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진지한 자아탐구 끝에 오는 열광적인 커튼콜은 더 뜨거워졌다. 헤드윅의 아픔과 치유를 함께 한 관객들에게 마음껏 뛰고 소리치는 과정은 이 작품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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