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음악·연출 주목! 창작뮤지컬 <트레이스유>

지난 3일 개막해 오는 25일까지 프리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창작뮤지컬 <트레이스유(Trace U)>는 <헤드윅>을 생각나게 한다. 락뮤지컬이고, 관객들과 다 함께 짤막한 스탠딩 공연을 펼치는 커튼콜도 비슷하며, 인물과 스토리를 심층분석하는 매니아들이 있다.

<트레이스유>는 90분 동안 두 남자의 노래와 대화, 회상 등으로 펼쳐지는 2인 극이다. 주인공은 홍대 락클럽 '드바이'에서 공연하는 가수 구본하와 클럽 주인 이우빈. 클럽 밖 세상으로 나가길 두려워하는 구본하는 클럽에 찾아온 한 여자에게 반해 그녀에게 쪽지를 건네지만, 이후 여자는 사라져 버린다. 그녀가 사라진 까닭을 추리하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과 여자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구본하 역의 이율

이 작품의 스토리는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기는 동시에, 다소 산만하다. 전반부부터 반전을 예고하는 단서가 곳곳에 배치돼 있고, 힘이 많이 들어간 복선과 반전은 스릴러 영화 등에서 언젠가 한 번은 본 듯한 기시감을 준다.

하지만 세련된 음악과 연출은 이런 점을 상쇄한다. 음악에 흡입력이 있고, 특히 어쿠스틱-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오가며 노래를 뒷받침하는 기타연주가 매력적이다. 단출하게 꾸려진 무대의 벽면은 때로 배우들의 표정을 확대해서 선명히 비춰주고, 때로는 적절한 시점에서 관객들의 얼굴을 되비추며 웃음을 자아낸다.

추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각자 이야기를 마음껏 확장해나가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저 락클럽 '드바이'에 온 한 관객이 되어 신선한 무대와 음악을 만끽하면 그만이다.


이우빈 역의 이창용

<트레이스유>에는 이창용과 이율, 최재웅과 윤소호가 짝을 이뤄 출연한다. 기자가 공연을 본 첫날에는 이창용·이율이 무대에 올랐다. 구본하 역의 이율은 '똘끼' 넘치는 락커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고집 세고 반항적이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락커로 분해 실제 락클럽처럼 공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고, 애드립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코믹한 대사를 능청스레 툭툭 던지며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우빈 역의 이창용도 든든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맨 오브 라만차>의 천진난만한 산초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트레이스유>에서의 그의 모습이 자못 새로웠을 듯 하다. 한결 안정되고 두터워진 그의 보컬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락음악에 잘 어울렸다.

윤혜선 작가와 <마마돈크라이><달콤한 인생>의 박정아 작곡가가 함께 만든 <트레이스유>는 창작 뮤지컬 활성화 사업인 창작팩토리에서 우수작품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됐고, 이후 <댄스 레슨><쓰릴 미>의 김달중 연출이 합류해 첫 선을 보이게 됐다. 프리뷰공연이 끝나면 내년 2월경 정규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앞으로 <트레이스유>가 매 공연 후 배우와 관객들이 한바탕 어울려 뛰고 노는 락뮤지컬로 잘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장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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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jisun5** 2012.11.13

    주제적인 측면과 소재면에서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참신함이 좋았습니다. 드라마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기시감없는 작품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작품 내용의 기시감을 꼽으며 하지만 음악과 연출이 상쇄했다는 것은 기시감은 나쁜것이라는 표현으로 다가오네요. ' 때로는 적절한 시점에서 관객들의 얼굴을 되비추며 웃음을 자아낸다.' 연출이 단순히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아닌것 같은데요..... 왜 그런 장면을 연출했는지를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