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의 빛나는 순간, 그리고 한 편의 진실한 성장기 <히스토리 보이즈>
작성일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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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노구를 얹고 등교해 낭만적인 시를 읊으며 수업 중 즉흥극을 펼치는 온화한 교사가 실은 오토바이 뒤에 태운 남학생의 성기를 주무르기를 즐긴다. 진부한 역사관을 뒤집고 조롱하는 냉철한 젊은 교사는 사실 남몰래 한 남학생을 주시하는 동성애자이며, 문학수업이 실패한 학생들에게 예술가가 되리라는 거짓 희망을 심어준다고 통렬하게 비판하는 여교사의 마음 한 켠에는 학생들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 있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이처럼 지극히 모순되고,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교사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편의 진실된 성장기를 펼쳐 보인다. 어느 교사도 이상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며, 어느 학생도 순수하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 모습은 마치 이들이 공부하는 역사처럼 복잡다단하고 논쟁적이다.
교사 헥터(최용민)와 어윈(이명행), 린톳(추정화)(위부터 시계방향)
1980년대 영국 북부지방의 한 공립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히스토리 보이즈>에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세 교사가 등장한다. '팩트(fact)'를 위주로 역사를 암기시키는 여교사 린톳과 '문학은 인생의 해독제'라며 시와 낭만을 설파하는 헥터에게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 교장은 이 아이들을 모두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시키겠다는 야심으로 젊고 유능한 교사 어윈을 고용하고, 어윈을 경계하던 학생들은 차츰 그의 수업방식에 익숙해진다.
이후 연극은 전혀 다른 성향의 두 교사에게 수업을 받게 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역사와 교육, 소수자, 문학과 예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가득 던진다. 똑똑하고 자신만만한 미소년 데이킨과 그를 짝사랑하는 포스너, 아랍계 학생 악타와 피아노를 즐겨 연주하는 온건한 성품의 스크립스 등 각기 개성이 다른 여덟 소년은 세 교사의 모순과 나약함을 가감 없이 꿰뚫어보며 또 다른 어른으로 성장한다. 이야기의 흐름이 극적이지는 않지만, 인물들이 펼치는 논쟁과 자주 등장하는 문학적 인용구 등이 다채롭다.
팀스(황호진)와 럿지(임준식), 락우드(박성훈)(왼쪽부터)
크라우더(이영훈)와 악타(강기둥), 포스너(이재균)(왼쪽부터)
또 한 가지 <히스토리 보이즈>의 매력은 청춘의 빛나는 한 때를 포착해 무대 위에 싱그럽게 펼쳐 보인다는 점이다. 때로는 짓궂고 천연덕스러우며, 때로는 예민하고 불안한 여덟 소년이 각기 다른 표정과 목소리로 이루는 조합이 묘한 감동을 준다. 스크립스가 피아노를 치고 포스너가 노래 부르는 장면, 늙은 교사 헥터와 가장 어리고 순수한 포스너가 인생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장면 등이 매우 인상적이다.
데이킨(김찬호)과 스크립스(안재영)(왼쪽부터)
날카롭고 지적인 대사에 힘입어 배우들의 연기도 더욱 빛난다. 교사 헥터와 린톳을 각각 연기하는 최용민과 추정화가 원숙한 연기로 극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포스너 역의 이재균과 스크립스 역의 안재영 등이 순수하면서도 영악한 일면을 지닌 소년의 모습을 표현해낸다. 교사의 권위를 지키려 애쓰면서도 어둡고 불안한 일면을 감추지 못하는 어윈 역의 이명행이 특히 돋보인다.
이외에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준수한 외모와 영민한 두뇌를 겸비한 데이킨 역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찬호가 연기하며, 운동에 재능이 뛰어는 럿지 역은 <일리아드>의 임준식이, 영리하며 반항적인 락우드 역은 <옥탑방 고양이>의 박성훈이 맡았다. <달나라 연속극>의 강기둥은 무슬림 소년 악타로, <스페셜 레터>의 황호진은 능청스러운 장난꾸러기 팀스로, <레슬링 시즌>의 이형훈은 연극을 좋아하는 크라우더로 분한다. 여기에 <피리부는 사나이>의 오대석이 교장을 맡아 학생·교사들과 대립각을 이룬다.
<히스토리 보이즈>는 영국 공연계의 거장 앨렌 베넷의 대표작으로, 2004년 영국 초연 후 토니어워즈 등을 수상하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브루클린><모범생들> 김태형이 연출을 맡아 초연 무대에 올렸다. <죽은 시인의 사회>와 종종 비교되는 이 작품이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감동을 전할지 주목된다.
연극 <히스토리보이즈>는 3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이처럼 지극히 모순되고,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교사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편의 진실된 성장기를 펼쳐 보인다. 어느 교사도 이상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며, 어느 학생도 순수하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 모습은 마치 이들이 공부하는 역사처럼 복잡다단하고 논쟁적이다.
교사 헥터(최용민)와 어윈(이명행), 린톳(추정화)(위부터 시계방향)
1980년대 영국 북부지방의 한 공립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히스토리 보이즈>에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세 교사가 등장한다. '팩트(fact)'를 위주로 역사를 암기시키는 여교사 린톳과 '문학은 인생의 해독제'라며 시와 낭만을 설파하는 헥터에게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 교장은 이 아이들을 모두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시키겠다는 야심으로 젊고 유능한 교사 어윈을 고용하고, 어윈을 경계하던 학생들은 차츰 그의 수업방식에 익숙해진다.
이후 연극은 전혀 다른 성향의 두 교사에게 수업을 받게 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역사와 교육, 소수자, 문학과 예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가득 던진다. 똑똑하고 자신만만한 미소년 데이킨과 그를 짝사랑하는 포스너, 아랍계 학생 악타와 피아노를 즐겨 연주하는 온건한 성품의 스크립스 등 각기 개성이 다른 여덟 소년은 세 교사의 모순과 나약함을 가감 없이 꿰뚫어보며 또 다른 어른으로 성장한다. 이야기의 흐름이 극적이지는 않지만, 인물들이 펼치는 논쟁과 자주 등장하는 문학적 인용구 등이 다채롭다.
팀스(황호진)와 럿지(임준식), 락우드(박성훈)(왼쪽부터)
크라우더(이영훈)와 악타(강기둥), 포스너(이재균)(왼쪽부터)
또 한 가지 <히스토리 보이즈>의 매력은 청춘의 빛나는 한 때를 포착해 무대 위에 싱그럽게 펼쳐 보인다는 점이다. 때로는 짓궂고 천연덕스러우며, 때로는 예민하고 불안한 여덟 소년이 각기 다른 표정과 목소리로 이루는 조합이 묘한 감동을 준다. 스크립스가 피아노를 치고 포스너가 노래 부르는 장면, 늙은 교사 헥터와 가장 어리고 순수한 포스너가 인생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장면 등이 매우 인상적이다.
데이킨(김찬호)과 스크립스(안재영)(왼쪽부터)
날카롭고 지적인 대사에 힘입어 배우들의 연기도 더욱 빛난다. 교사 헥터와 린톳을 각각 연기하는 최용민과 추정화가 원숙한 연기로 극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포스너 역의 이재균과 스크립스 역의 안재영 등이 순수하면서도 영악한 일면을 지닌 소년의 모습을 표현해낸다. 교사의 권위를 지키려 애쓰면서도 어둡고 불안한 일면을 감추지 못하는 어윈 역의 이명행이 특히 돋보인다.
이외에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준수한 외모와 영민한 두뇌를 겸비한 데이킨 역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찬호가 연기하며, 운동에 재능이 뛰어는 럿지 역은 <일리아드>의 임준식이, 영리하며 반항적인 락우드 역은 <옥탑방 고양이>의 박성훈이 맡았다. <달나라 연속극>의 강기둥은 무슬림 소년 악타로, <스페셜 레터>의 황호진은 능청스러운 장난꾸러기 팀스로, <레슬링 시즌>의 이형훈은 연극을 좋아하는 크라우더로 분한다. 여기에 <피리부는 사나이>의 오대석이 교장을 맡아 학생·교사들과 대립각을 이룬다.
<히스토리 보이즈>는 영국 공연계의 거장 앨렌 베넷의 대표작으로, 2004년 영국 초연 후 토니어워즈 등을 수상하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브루클린><모범생들> 김태형이 연출을 맡아 초연 무대에 올렸다. <죽은 시인의 사회>와 종종 비교되는 이 작품이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감동을 전할지 주목된다.
연극 <히스토리보이즈>는 3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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