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이 빈다고?’ 의뭉스러운 <바람난 삼대>가 배꼽잡네!

‘집이 빈다고?’
의뭉스러운 웃음 안에 숨겨진 외로운 솔로 3대의 의도는 무엇인가?

실컷 웃다 눈물까지 흘리고야 말았다. 쫀쫀하게 짜인 2인극 안에서 1인 3역을 맡아 정신 없이 변신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사랑 앞에선 나이도, 체면도 벗어 던진 이들의 모습이 폭소와 공감을 터트린다.

병으로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할아버지, 이혼으로 혼자가 된 아들, 그리고 취업 준비 중인 손자까지, 홀아비 냄새 풀풀 풍기며 한 집에 살고 있는 이들 3대는 공식적으로 모두가 ‘솔로’. 하지만 할아버지는 꽃놀이 간다고, 아들은 출장 간다고, 그리고 손자는 취직 시험 보러 간다고 각자의 길을 떠난 후 집이 비게 되자, 만천하에 스멀스멀 이들 삼대의 바람기가 드러난다. 텅텅 빈 집에 몰래 각자의 연인을 초대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건 나만의 계획이 아니었나. 의뭉스러운 이들의 계획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서로를 쫓고(?) 쫓기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삼대는 숨이 가쁘다.

연극 <바람난 삼대>는 말 그대로 사랑에 마음이 들떠 좌충우돌하는 삼대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가 생겨 두근두근 거리는 바람, 그 바람이 삼대의 가슴을 차지한 것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결혼을 해 봤건 그렇지 않건, 사랑은 하는데 여전히 표현은 서툰 세 남자의 모습과 때론 과감이 들이대는(?) 여자의 모습이 배꼽을 잡게 한다. 세대는 달라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음이 통하는 모습에 웃음과 함께 마음 한 켠이 흐뭇해진다.

<비언소> <늘근 도둑 이야기> 등을 통해 씁쓸한 현실의 단면을 풍자 섞인 유쾌한 웃음으로 비춰내고 있는 극단 차이무의 특기 또한 이 작품에서 잘 발휘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들어 ‘공무원이 짱’을 외치는 아들 세대나, ‘늙인이에게도 사랑은 있다’며 새로운 로맨스에 행복한 할아버지 얼굴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극단 차이무의 대표이자 배우, 극작, 연출가로 활동하는 민복기가 이번에도 극작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지난해 11월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2인극 페스티벌’에서 초연 당시 인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객석의 배꼽을 휘어잡는 배우들의 넉살스런 연기가 일품이다. 송재룡, 이중옥은 더블 캐스트로 남자 역을 맡으며 공상아가 원 캐스트로 여자 역을 맡는다. 이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를 만나는 것도, 이처럼 실컷 웃게 해 주는 작품을 만나는 것도, 그리고 이처럼 공연 후 상쾌한 발걸음으로 공연장을 나서게 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극단 차이무 제공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