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한 상상력 빛나는 <라스트 로얄 패밀리>

지난 11일 개막한 <라스트 로얄 패밀리>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위엄에 찬 국모 명성황후를 연기하던 배우가 아들 순종에게 "엄마 말을 왜 안 듣냐"고 파르르 성질을 부리다가 "나 솔로곡 할 차례야"라며 상대 배우에게 물러나라는 눈짓을 하고, 또 다른 배우들은 느닷없이 인형을 들고 한 판 인형극을 벌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정신 없는 와중에 이야기가 술술 이어져 제법 찡한 감동을 전하고, 객석에서는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신인 창작자들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녹아든 뮤지컬이 또 하나 탄생한 것이다.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지난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쇼케이스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돼 공연제작비와 극장대관을 지원받고 올해 처음으로 정식무대에 오른 창작뮤지컬이다. <언더니스 메모리>의 전미현 작가가 대본을 쓰고 조미연이 작곡을, 정태영이 연출을 맡았다. 한 해 전 예그린앙코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이후 흥행에 성공하며 <라스트 로얄 패밀리>도 성공적으로 자리잡을지 기대를 모았다.


흥행결과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분명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참신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구한말인 1888년을 배경으로 궐 밖의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던 순종의 가출 사건을 그린 이 작품은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비틀즈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궁궐의 내시로 등장하고, 조선 중종 때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장금이가 고종 앞에 나타나 춤을 추는 식이다.

이 가볍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은 작품 곳곳에 촘촘하게 심어져 큰 매력이 됐다. 가출한 아들 순종을 찾기 위해 '애수 앵 애수'(SNS)를 활용해 내시들과 연락하는 고종의 모습과 극중극을 오가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내시 겸 해설자의 모습이 시종일관 떠들썩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유쾌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배우들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특히 남사당패 출신의 남매 꼭지·꼭두로 분한 강은애·조정환과 고종 역을 맡은 지혜근의 활약이 눈에 띈다. 강은애는 구성진 목소리와 능청스러운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고종 역의 지혜근은 서슴없이 온 몸을 던져 코믹한 안무를 소화한다. 이외에도 해설자 역의 김태한, 순종 역의 인진우, 명성황후 역의 임진아 등 모든 배우들이 마음껏 극을 즐기며 끼를 발산했다.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이야기와 어울려 라이브 밴드의 음악도 곳곳에서 신명을 낸다. 음악과 대사가 마치 한 몸인 듯 자연스럽다.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2월 23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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