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자유, 친구가 생각나는 <터키 블루스>

음식에 궁합이 있는 것처럼, 여행과 음악에도 궁합이 있다. 여행지에 어떤 음악을 들고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기억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에 찌든 어느 날, 그때 그 음악만 들어도 다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여행은 성공한 것이다. 여행과 음악이 제대로 만난 연극 <터키 블루스>는 우리를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한 터키여행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터키 블루스>는 <인디아블로그> <유럽블로그>에 이은 연우무대의 세 번째 여행연극시리즈로 2013년 초연됐고, 이번 재연은 극 중 캐릭터 및 음악을 좀 더 보완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린 시절의 우정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전한다.

18살 시완과 16살 주혁은 서로에게 영어와 음악을 가르쳐 주며, 말도 안 되는 꿈을 나누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지만 그들의 우정은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삼십대가 된 이제야 비로소 그때를 그리워하는 시완과 주혁은 각각 음악과 여행을 통해 진심을 전한다. 차곡차곡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지막에는 절로 눈가가 뜨거워진다.


김다흰과 전석호의 자연스런 연기는 너무 끈끈해 눈빛만 보고 있어도 시완과 주혁에게 빠져들게 한다. 극 중 조명, 음향, 영상오퍼레이터와 함께 콘서트의 감초 역할을 하는 악어떼의 활약도 빼 놓을 수 없다.

연극이 진행되는 연우 소극장은 이름처럼 작은 무대다. 곳곳에는 터키에서 가져온 소품들과 시완과 주혁의 추억의 물건들이 무심한 듯 놓여 있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공연을 만들어가는 데 부족함이 없다. 연극을 보러 왔지만 객석에 앉은 순간, 우리는 시완의 콘서트장으로, 때로는 주혁이 여행하던 터키의 어느 곳으로, 그 시절 시완과 주혁에게로 시간여행을 한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당신의 선택은 필히 둘 중에 하나다. 진짜 여행을 가거나, 다시 무대를 찾거나. 공연은 오는 7월 31일까지 대학로 연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연우무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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