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좋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지난 11일 개막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창극은 지루하다’라는 선입견을 깬다. 뮤지컬과 연극 못지않게 재미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스릴러를 표방한 창극 <장화홍련>, 그리스 비극을 원작으로 한 <메디아> 등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는 국립창극단의 하반기 야심작으로 창극단 역사상 최초로 18세 이상 관람가이며, 그 동안 5회 정도에 그쳤던 다른 창극에 비해 최장기간 동안 무대에 오른다. 그만큼 대중성에 자신감있다는 표현이리라. 여기에 명랑과 해학의 달인 고선웅이 연출과 대본을 맡고, 안숙선 명창의 애제자이며 국악그룹 푸리의 보컬을 맡고 있는 한승석이 작창과 작곡을 맡았다.

이 작품은 <변강쇠전>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겉보기에는 저속하고 음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신선한 이야기 전개와 재기발랄한 남녀 주인공 덕분에 참신한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1부에서는 변강쇠와 옹녀가 만나 서로 가진 것이 없어 산 그림자를 병품 삼아 신방을 차리고 먹고 살기 위해 유랑생활을 한다. 남편 복 없는 옹녀는 힘만 센 변강쇠를 자신 인생의 마지막 남자라 여기고, 투전판에서 돈을 날리고 빈털터리가 되어도 그를 어떡하든 살리기 위해 열심히 보필한다.
2부에서는 죽은 변강쇠의 복수를 위해 전국 곳곳의 장승을 불살라 버리는 옹녀가 등장하고 다양한 무대 미술과 장면 전환, 의인화된 장승의 무대 액션이 어우러지면서 이야기와 소리가 절정에 다다른다. 기운 센 변강쇠와 옹녀가 만난 만큼 ‘기물타령’ 등 야릇한 장면도 많지만, 보기에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해학이 넘치는 그들의 삶의 태도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옹녀는 색만 밝히는 여자가 아니라 스스로 남편을 지키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건강한 여성을 표방한다.

이 작품에서는 뮤지컬이나 연극 등 여타 다른 공연에서처럼 정숙한 관람 태도도 필요하지만, 일단 무엇보다 열린 마음을 가질 것을 권한다. 곳곳에서 흥이 난 관객들의 추임새에 나도 모르게 함께 동참하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라고 외칠 필요는 없지만 분명 두 시간 내내 배우들의 절정에 다다르는 소리에 흠뻑 취하다 보면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우리 소리를 라이브로 연주하는 연주자들과 옹녀 엄마, 대방장승, 전국팔도 장승들, 혜민서 의녀 등 주변 캐릭터들의 열연도 어우러져 흥겨운 분위기를 내는 데 한 몫을 한다. 공연은 7월 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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