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을 살아가는 십대들의 진짜 목소리, <바람직한 청소년>

"존나, 씨발!"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의 이야기를 압축한다면 딱 이 두 마디가 될지도 모르겠다. 부조리한 사회를 꼭 닮은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하루하루 힘겨운 싸움을 벌이며 성장해가는 학생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 말이다. 그 목소리는 날 것 그대로인 듯 생생하다.

지난해 32:1의 경쟁률을 뚫고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부문에 선정된 <바람직한 청소년>은 그 생생한 목소리의 힘으로 초연 이후 반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신예 이오진 작가가 대본을 쓰고 <세자매>의 문삼화가 연출한 이 극에서는 ‘인 서울’을 향한 치열한 경쟁과 스마트폰 문화가 뒤섞인 오늘날 십대들의 세상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연극의 배경은 ‘미래를 선도해 갈 자랑스런 하필인 육성’을 교훈으로 삼은 하필고등학교다. 이곳에서 전교 1등, 전국 석차 상위 0.3%를 유지하며 모든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던 2학년생 이레는 어느 날 교내 반성실에 갇히게 된다. 남자친구 지훈과 과학실에서 키스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전교에 퍼졌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문제아로 전락한 이레는 함께 반성실에 갇힌 현신과 사진을 찍은 범인을 추적해나간다.


줄거리만 놓고 본다면 이 연극이 그리 새롭지는 않다. 모범생이지만 게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소년과 자타공인 문제아이지만 사실은 나름대로의 꿈을 품고 있는 소년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는, 적당히 훈훈하고 결말이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이야기 속에 욕설과 음담패설을 남발하면서도 아직은 저마다 청초한 개성을 간직한 학생들, 그리고 그들이 교장, 양호교사, 체육교사 등 다양한 어른들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사회의 진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완성도를 촘촘하게 살려냈다. 학생들이 내뱉는 욕설이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아들아 미안하다!”와 같은 풍자적 대사는 통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이레 역의 민재원, 현신 역의 이현균 등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공감과 친근감을 불러 일으키고, 전교 2등 재범과 지훈의 아버지를 번갈아 연기하는 구도균을 비롯해 조연으로 활약하는 중견배우들이 곳곳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다채로움을 더한다. 반성실을 중심으로 과학실, 양호실, 계단과 창고 등을 간명하게 구현한 무대도 흥미롭다.

결국 이레와 현신은 범인을 찾은 뒤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한층 더 성장해 반성실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나 아마도 진짜 현실 속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레와 현신들은 피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로 변신하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개성이 깎여나간 채 어른들의 세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청소년>은 그런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이자 고발이다. 공연은 이달 3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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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hyunsun07** 2014.08.08

    엊그제 이 공연 보고 왔습니다.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연극이더군요. 재미와 시사를 함께 녹여낸 작품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뒷 줄에 앉아있던 고등학생들이 낄낄 웃어가며 집중하는 모습도 아주 인상 깊었고요.